신비한 엘도라도, 그 황금 문명 속으로
신비한 엘도라도, 그 황금 문명 속으로
  • 강수경 기자
  • 승인 2019.05.23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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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문명 엘도라도〉 전시장
〈황금 문명 엘도라도〉 전시장

 

엘도라도, 들어본 적 있는 단어지만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는 잘 몰랐다. 엘도라도의 사전적 의미는 16세기 에스파냐 사람들이 남아메리카 아마존 강가에 있다고 상상한 황금의 나라라고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두 달 넘게 전시했던 <황금 문명 엘도라도>에서 신비의 보물을 찾아 엘도라도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15세기 초부터 17세기에 걸친 ‘대항해 시대’에 수많은 사람들이 신대륙을 찾아 아메리카로 왔다. 잉카와 아즈텍의 황금을 빼앗고도 만족하지 못한 이들은 ‘안데스 산맥 저 너머에 황금을 온몸에 바른 사람들과 황금으로 만들어진 도시가 있다’는 신비로운 이야기에 이끌려 탐욕에 가득 찬 채 황금 도시를 찾아 ‘엘도라도’를 쫒았다. 마침내 이야기의 시작인 과타비타 호수를 찾았지만 그들이 찾던 황금 도시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엘도라도’는 원래 황금을 온몸에 바른 사람의 이야기지만, 오늘날 사람들의 탐욕이 더해져 황금으로 만들어진 도시를 떠올리게 되었다. 과타비타 호수 가운데에서 무이스카 족장이 황금을 온몸에 바르고 황금과 에메랄드를 물에 던지며 신에게 제사를 지냈다고 하는데, 이것이 엘도라도의 전설이라고 한다.

이 전시는 2009년 특별전 <태양의 아들, 잉카>, 2012년 특별전 <마야 2012>에 이어 6년 만에 개최한 중남미 문명 특별전으로, 황금박물관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황금 유물 등 322점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했다.

 

미디어 파사드 기법으로 만든 3면 영상
미디어 파사드 기법으로 만든 3면 영상

 

제1부 ‘부활한 엘도라도’

전시관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미디어 파사드 기법을 이용한 3면 영상이었다. 이 영상을 통해 관람객들은 신비의 땅, 엘도라도로 들어갔다. 영상의 주제는 황금 도시로 기억되는 엘도라도와 그 주인공인 무이스카 사람들이 호수에서 신에게 행한 의식이었다. 7분가량의 영상은 빛, 물, 불, 바람, 흙과 같은 자연을 매개체로 의식에 활용되었던 실제 유물들을 불러냈다. 황금을 빼앗으려는 이들과 지키려는 이들, 그리고 그들이 신을 위해 과타비타 호수에 바친 황금 등이 영상에 화려하게 펼쳐졌다.

욕심 많은 정복자들은 엘도라도를 ‘황금 도시’로 기억했지만, 1969년 황금으로 만든 무이스카 뗏목이 발견되면서 그토록 찾아 헤매던 엘도라도는 무이스카 사람들이 호수에서 행한 ‘의식’을 의미한다는 것이 세상에 밝혀졌다. 뗏목의 중앙에 족장이 있고 그를 둘러싼 사제들, 깃발을 들고 있는 사람 등 스페인 연대기에 기록된 내용과 동일한 형태를 띠고 있었다고 한다. 콜롬비아 정부는 엘도라도의 전설을 지닌 과타비타 호수를 자연공원으로 지정해 보존하고 있다. 2부로 넘어가는 중에는 새소리가 들렸고 마치 자연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주었다.

 

새소리가 들리는 2부 전시실 입구
새소리가 들리는 2부 전시실 입구

 

제2부 ‘자연과의 동화’

콜롬비아 원주민들은 산과 강, 하늘을 신성하게 여겼고, 다양한 동물들은 하늘과 땅과 물을 연결하는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원주민들의 의식 세계가 반영되어 황금으로 만든 새, 재규어, 도마뱀 등 동물 장식과 생활용품을 전시하여 자신들을 자연의 일부로 인식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고자 했던 콜롬비아 원주민의 삶을 소개했다. 밀림은 그들에게 삶의 터전이었다. 원주민들은 그곳에서 사냥감과 황금, 코카를 얻었다. 모든 생업에 관한 활동 중 파종, 사냥, 낚시 등은 부족의 규율에 따라 행해지고, 자연과의 조화를 위하여 의식과 함께 진행되었다. 콜롬비아 원주민은 사람과 동물이 보이는 모습만 다를 뿐 몸과 마음이 있는 동일한 생명체라고 생각했다. 허물을 벗는 뱀과 매미는 환생을 상징하고, 물과 땅을 옮겨 다니는 도마뱀과 하늘을 날고 땅을 걸을 수 있는 새는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온 세계를 옮겨 다닐 수 있는 존재로 추앙받았다. 또, 날쌔고 강한 재규어는 샤먼에게 힘을 주는 조력자로 신앙의 대상이 되었다.

원주민들은 원하는 대상과 옷을 바꿔 입으면 그 힘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재규어의 영혼이 필요하면 재규어 가면을 쓰고 그들처럼 행동했다. 박쥐의 영혼이 필요하면 귀와 코에 박쥐 모양의 장신구를 착용하고 박쥐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았다. 심지어 동굴에 살고 있는 박쥐처럼 밤에만 행동하고 피를 빨아 먹는 습성대로 적의 피를 마시는 의식을 행했다고 한다. 동물의 모습과 함께 그 습성을 그대로 흉내 내어 본인의 영혼을 변화시키고자 했다. 원주민들은 자신의 몸에 크고 작은 문신을 하고 장신구를 착용했다. 이는 아름답게 보이거나, 용맹스럽게 보여 적으로부터 생명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 족장과 샤먼은 강력한 힘을 과시하고 영적인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온몸에 문신을 했다. 오늘날에도 원주민들은 다양한 문신을 하며 관습을 이어가고 있다.

 

원주민들이 착용하던 장신구들
원주민들이 착용하던 장신구들

 

제3부 ‘샤먼으로의 변신’

콜롬비아 원주민 사회에서 샤먼은 무당이자 의사였다. 원주민들은 자신이 사람과 동물 등 여러 개의 많은 영혼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고, 자신의 영혼이 다른 영혼의 기억과 생각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위험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그 힘으로 악령들을 물리칠 수 있었다. 샤먼은 변신하고자 하는 동물의 가면을 쓰고 모습을 바꾸어 사람들의 병을 치료하고 아픈 마음을 치유했으며, 날씨를 관장했다. 또한, 성년식과 같은 의식을 주관하기도 했다. 이러한 의식을 치를 때 사용했던 화려하고 다양한 황금 장신구들을 전시하여 원주민들을 꿈과 이상으로 인도했던 샤먼에 대해 소개했다.

 

샤먼으로의 변신을 위해 사용된 장신구들
샤먼으로의 변신을 위해 사용된 장신구들

 

제4부 ‘신과의 만남’

샤먼뿐 아니라 원주민에게는 정신적 지도자인 족장도 있었다. 황금 유물이나 토기 등에는 족장이 매우 상징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족장은 대개 이마 장식, 코걸이 등 다양한 장식을 하고 지팡이나 도끼를 손에 들고 앉아 있다. 의자에 앉을 수 있는 이는 오직 족장밖에 없었기 때문에 어딘가 앉아 있는 형상은 모두 족장을 나타낸다. 족장은 일반인보다 더 크고 화려한 장식을 하여 자신의 권위를 드러냈다.

샤먼은 영혼의 세계를 자유로이 오가고 족장과 원주민을 신에게 인도하는 중개자였다. 그들은 가면을 쓰고, 온몸에 문신을 새겨 넣었다. 코카 잎과 석회 가루로 환각 상태에 빠져들어, 악기를 흔들며 춤추면서 무아지경 속에서 신을 만났다. 원주민들은 춤과 음악이 정신을 안정시키고 병을 치료하는 힘을 가졌다고 믿었다. 특히 코카를 흡입한 환각 상태에서 족장과 샤먼이 추는 춤은 여러 사람의 휘파람과 방울 소리와 어우러져 의식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모든 참여자는 이런 상태에서 그들이 공통으로 추구했던 비슷한 환각 현상을 경험하게 되었다. 4부에서는 이러한 변신의 과정에 함께한 다양한 황금 장신구와 문신 도구를 소개했다. 또한, 동물들의 모습을 본뜬 황금을 신에게 바쳤는데, 그 봉헌물과 황금 인형, 장례용품도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황금은 콜롬비아 원주민들에게 탐욕의 대상이 아니라, 변신을 통해 만나는 신에게 바칠 영혼의 도구였다.

 

에필로그인 ‘콜롬비아의 오늘’에서는 오늘날의 콜롬비아 모습을 사진과 영상으로 소개했다. 콜롬비아는 중남미 국가 중 유일하게 한국 전쟁 시 UN군의 일원으로 병력을 파견하여 한국의 자유 민주주의 수호를 지원했던 혈맹으로, 군사 외교적으로 긴밀한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우방 국가이다. 함정 1척과 5,100명의 지상군을 파병했는데 이 중 163명이 전사하였고 448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28명은 북한군의 포로가 되었다. 당시 콜롬비아는 보수와 진보의 갈등 속에서도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한국을 도운 고마운 나라이다. 우리나라는 1962년 3월 콜롬비아와 국교를 수립한 이래 활발한 교류를 이어 오고 있다. 또한, 이 특별전 전시품을 대여해 준 콜롬비아 중앙은행 황금박물관과 소속 박물관을 소개하며 전시를 마무리했다.

 

콜롬비아의 황금박물관에 대한 소개
콜롬비아의 황금박물관에 대한 소개

 

지금껏 원주민에 대한 다큐멘터리나 영상을 텔레비전에서 볼 때 그들은 특이한 분장과 피어싱을 한, 이해가 잘 안 되는 이상한 사람들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전시를 보고 엘도라도 세계에서 빠져나오면서 그들이 왜 그러한 모습과 행동을 하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탐욕스러운 사람들에게 황금은 단지 재물일 뿐이지만, 무이스카 원주민들에게는 자신들의 안녕을 기원하고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주변 상황들로부터 자신들을 지키는 방패이자 생존 수단으로써 신에게 바치는 고귀한 재물이었다니 더욱 신성한 느낌이 들고 신비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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