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 잔에 깃든 행복
차 한 잔에 깃든 행복
  • 이동희 기자
  • 승인 2019.05.2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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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차와 함께하면 필자의 마음은 행복하다고 따사롭게 속삭인다. 어머니께서 차를 즐겨 드셔서인지 어려서부터 차 마시는 일은 낯선 일이 아니다. 다도는 필자의 휴식이 되었고 명상이 되었으며 하루를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찻잔 일기장이 되어 주고 있다. 필자가 알고 느끼는 차와 현대인들이 느끼는 차, 고대에서부터 전해 오는 차의 느낌에 관하여 말해 보고자 한다. 그 시작으로 다도에 조예가 깊은 박현우 선생의 시를 소개한다.

 

차 한 잔 마시며
-다관의 인내성을 생각하며-


自雲


차 한 잔 마시며
하루를 시작한다.

차를 준비하면
찻잔과 다관은
뜨거운 물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한다.

찻잔에 물을 부으면
석간수 물 떨어지는
소리 은은히 피어오른다.

찻잔은 뜨거운 물을
온 몸으로 받아 참아내며
차를 우려 준다.

온 몸으로 받은
뜨거운 첫물은
마시지 않을 물이라는 것을
다관은 알고 있다.

찻입을 넣고

더운 물을 부어주면
그때서야 향긋한 찻입이 우러날 수 있도록
찻입과 물을 잘 보듬어 준다.

물과 찻입은 서로에게 뜨겁게 스며들어
차를 잉태한다.

 

아침에 마시는 차는 간밤 사이 몸에 쌓인 독소와 노폐물들을 배출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 활기를 준다. 이러한 필요성에 따라 다도가 점차 일반화되어 가고 있고 차와 관련된 교육 과정도 많이 열리고 있다.

 

차의 종류와 맛

차의 종류에 따라 찻잎의 채취 시기는 다르다. 봄과 여름, 두 철에 걸쳐서 찻잎을 채취하여 처음에 햇볕을 쪼여 시들게 한 후 실내로 들여와 휘저어 수분을 제거한다. 이후 약간 발효시킨 후에 솥에 볶아서 발효를 멈추게 한 뒤 잘 비벼서 건조 시켜 차를 만든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녹차, 홍차, 우롱차, 보이차는 일반적으로 발효 정도의 차이로 차를 구분한다. 차는 제조법, 잎의 크기와 모양, 채취 시기에 따라 이름도 품질도 다양하다. 차나무는 심은 지 3년 이상 되면 잎을 딸 수 있다. 찻잎을 수확한 후 발효의 과정을 거치지 않아 녹색 비취 빛깔을 띠는 녹차, 중간 정도의 발효를 거친 우롱차, 긴 발효 과정을 거치는 깊고 진한 맛의 보이차는 같은 찻잎으로 만들어졌음에도 제다 과정에 따라 향과 맛, 빛깔까지 모두 다르다.

 

 

잎에 따른 녹차의 종류

녹차는 딴 잎을 즉시 가열하여 녹색을 그대로 유지하는 동시에, 수분을 증발시켜 잎을 흐늘거리게 하여 말기 좋은 상태로 말린다. 또는 사람이 가마솥에서 직접 잎을 손으로 비벼 말린 후 가열을 계속하여 대부분의 수분을 제거하고 어느 정도 바삭하게 말린다.

녹차의 종류는 잎을 따는 시기와 잎의 크기에 따라 크게 우전, 세작, 중작, 대작으로 나눈다. 우전(雨前)은 백곡을 기름지게 하는 절기인 곡우(穀雨, 4월 20일경) 이전에 한겨울 추위를 이긴 어린잎을 채취하여 만드는 차를 말한다. 그윽한 향과 맑은 맛이 나는 것이 우전차의 특징이다. 세작(細雀)은 곡우가 지나고 여름이 시작되는 절기인 입하(立夏, 5월 5일경) 전에 따서 만들어지는 차로 잎이 다 펴지지 않은 것만을 따서 만든 차이다. 찻잎의 크기가 참새 혓바닥 같이 생겼다고 하여 작설차(雀舌茶)라고도 부른다. 중작은 5월 중순까지 채취하며 만들어진 차로, 처음 돋은 잎과 피기 시작한 잎이 모두 퍼진 후에 잎을 1~2장 따서 만드는 차로 색과 맛이 풍부하다. 중작은 우전이나 세작보다 질이 크게 떨어지지 않으면서도 녹차의 고유의 향과 색을 즐길 수 있다. 대작(大雀)은 큰 찻잎으로 만드는 녹차로 5월 하순에 채취하여 만들어지는 차이다. 대작은 녹차의 탄닌 성분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어 떫은맛이 우전이나 세작보다 강하다.

 

우롱차와 보이차

우롱차는 반발효차(半醱酵茶)로 발효가 중간 정도 된 중국차를 말한다. 우롱차는 ‘오룡차’의 중국식 발음으로 중국 푸젠성에서 생산되는 무이암차가 원조이다. 무이암차는 봄과 여름 두 철에 걸쳐서 찻잎을 채취하는데, 무이암차 특유의 향과 맛을 내기 위하여 녹차와 달리 일찍 찻잎을 따지 않고 펼쳐진 잎을 딴다.

지금과 같은 형태의 보이차(普爾茶)는 운남성 남부 지역의 소수민족들이 가장 먼저 만들어 냈다. 중국 정부는 ‘운남성에서 생산된 대엽종(大葉種)의 찻잎을 살청건조(殺靑乾燥)시킨 모차(母茶)를 원료로 발효시킨 산차(散茶) 혹은 긴압차(緊壓茶)’를 보이차로 정의하고 있다. 보이차는 모양에 따라 산차와 긴압차로 나누고 만드는 방법에 따라 크게 생차(生茶)와 숙차(熟茶)로 구분한다.

산차란 찻잎을 뭉치지 않고 잎을 흩어 놓은 차를 말하며, 긴압차는 찻잎을 압축하여 둥글고 납작한 빈대떡 모양으로 만든다. 일반적으로 병차(餠茶)라고도 한다. 생차와 숙차는 차를 만들었을 당시에 발효가 된 정도에 따라 구분한다. 보이차는 일반적으로 ‘할아버지가 만들어서 손자가 마신다’는 말이 있을 만큼 몇십 년의 긴 발효 과정을 거친 후에야 마실 수 있는 차이므로 이러한 기간을 단축시켜 만든 것이 바로 숙차이다.

 

물과 다구의 중요성

차에 있어서 물은 매우 중요하다. 물은 차의 체(體)이기 때문이다. 차인들은 물맛의 우열을 평하곤 하는데 이를 품천(品泉)이라고 한다.

차를 마시는 도구인 다구는 실용적일 뿐만 아니라 차실의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공예품이기도 하다. ‘다마’는 일종의 맷돌로 차를 가는 데 사용되며 ‘풍로’는 불을 피우는 중요한 다구이다. 화로는 은로와 무쇠 화로 등이 있었는데, 오늘날에는 전열 장치를 한 풍로나 가스, 혹은 커피포트 등이 널리 쓰이고 화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물을 끓이는 다구는 ‘탕관’으로 다정, 다부, 철병 등 그 종류가 많다. 재료로는 금, 은, 동, 자기 등이 쓰이는데 탕관은 물 끓이는 소리가 맑은 것일수록 좋다.

다음으로 찻주전자인 ‘다관’은 끓인 물과 잎차를 넣어 차를 우려내는 다구로 급수, 차주, 주춘, 차병, 차호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재료에 따라 자기나 은, 놋쇠 등으로 만든 것이 있다. 또 형태에 따라서 상파형, 후파형, 횡파형, 보병형으로 구분되는데 이것은 대개 손잡이의 형태에 의한 분류이다.

끓인 물을 차를 우리기 적당한 온도로 식히는 사발인 ‘숙우’는 백자로 만든 것을 많이 사용하며, ‘찻잔’의 재료로는 금, 은, 옥, 도자기 등이 쓰이고 형태에 따라 잔, 주발, 종지 등으로 구분한다. 이 외에도 쟁반인 다반, 숟가락인 차칙, 수건인 차포, 찻상 등 여러 가지 다구가 있다.

 

 

차를 마시는 방법

일반적으로 차를 준비하여 마시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먼저 100℃로 끓인 물을 준비한다. 다관은 뜨거운 물을 부어 따뜻하게 데운다. 숙우에 7부 정도 물을 따르고 식힌다. 차를 다관에 넣고 적당히 식힌 물을 부어 차를 우린다. 차가 우러나면 다관은 왼손에 받치고 여러 번 나누어 차를 따라 마신다.

다구를 뜨거운 물로 데우는 것은 먼저 차가 가장 맛있게 우려지는 적정 온도를 맞추기 위해서다. 다구는 대개 자기 재질의 제품을 사용하는데 그 냉기로 인해 차가 식어 버리기 때문에 차를 우려내기 전에 다구를 데우는 것이다. 또한, 소독을 위해서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 사용하지 않은 다구는 습기로 인한 곰팡이나 먼지가 있기 쉬운데, 이를 뜨거운 물로 소독하는 것이다.

차를 맛있게 마시려면 차가 지닌 향과 맛을 내도록 해야 하나, 그러기 위해서는 차의 맛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적절한 물의 온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녹차도 종류에 따라 권장하는 찻물의 온도가 다르다. 대개 60~80℃ 정도로 우리는데, 어린잎일수록 낮은 온도의 물로 우리는 것이 좋다. 또 고온의 물로 우렸을 때는 찻잎이 익는 경우가 있으니 우리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좋다. 반발효차와 발효차는 가능한 한 뜨거운 물로 우려야 특유의 맛과 향이 살아나며 각자의 입맛과 취향에 따라 적절한 온도가 다를 수도 있다.

차를 마시는 자리에 모인 사람의 수에 따라 다관에 넣는 차의 양이 달라진다. 보통 한 사람당 2g 정도라고 하는데, 차의 종류와 차를 마시는 사람의 취향에 따라 그 양도 바뀌게 된다. 현대에는 1인용부터 10인용까지 다양한 크기의 다관이 판매되고 있어 좀 더 편하게 차를 우릴 수 있다.

차를 우리는 시간은 다관에 담긴 차의 양과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녹차의 경우 처음 우릴 때는 2분, 두 번째부터는 30초 정도 우린다. 너무 오래 우리면 탄닌 성분이 과다하게 나와 쓴맛이 난다. 반발효차와 발효차의 경우 뜨거운 물로 우리되 단시간에 우린다. 녹차에 비해 여러 번 우릴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차의 역사와 맥

우리나라 역사상 언제부터 차를 마시게 되었는가에 대해서 가장 유명한 기록은 <삼국사기>의 기록이다.

“신라 흥덕왕 3년(828)에 사신 김대렴이 당나라에서 차의 종자를 가져와 지리산에 심게 하였다. 차는 선덕여왕(632~647) 때부터 있었지만, 이때에 이르러 성하였다.”

신라인들은 차의 재배, 제다, 다사(茶史) 등 모두 인식하고 있었으며 차가 약의 효능을 넘어 기호음료와 정신 정화 음료로 애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설날이나 추석에는 조상님께 아침 일찍 제사를 지내는데, 이를 차례(茶禮)라고 한다. 본래 차례는 뜻 그대로 차를 신이나 조상님께 올리는 의식이다. 신라 시대 충담이라는 스님이 매년 설날이나 추석마다 부처 앞에 차를 공양한 것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조선 시대에도 명절에 차례를 지냈으나 임진왜란 등으로 나라 경제가 피폐해지고 차를 담는 도자기를 굽는 도공들이 일본으로 잡혀가자, 백성들의 생활을 걱정한 영조가 비싼 차 대신 뜨거운 물, 즉 숭늉을 대신 쓸 것을 지사한 후부터 차례에 술이 등장하게 되었다고 한다.

 

현대인의 차 사랑

현대에 와서 차는 전통문화라는 측면과 단순한 기호음료라는 측면에서 인기가 있다. 현대인들이 차를 인격 완성의 수단으로 사용하며 차를 마시는 행위를 말할 때 ‘다례’라고 한다. 차 한 잔을 마시는 일이 보다 고원한 자기 욕구의 충족과 위안으로 다가올 때, 차의 향기는 단순한 차 이상이 된다.

다실의 분위기, 다구의 아름다움, 차의 성품, 차를 끓이는 여러 가지 일을 다도정신(茶道精神)이라고 한다. 다도는 불을 피우고, 물을 끓이며, 차를 알맞게 우리고 마시는 행위를 통해 행동을 조심하게 된다. 또한, 정신을 맑게 하는 일상의 취미 생활로도 발전되었다.

차는 몸의 기혈을 뚫어 주기 때문에 그에 상응하여 몸의 기운이 일어나고 몸이 가벼워지는 것이다. 현대인의 바쁜 일상 속에서 차를 통해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차를 마시는 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다. 차가 갖는 아홉 가지 덕목으로 우리는 몸 건강하고 정신이 맑은 생활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뇌 : 머리를 맑게 한다
명이 : 귀를 밝게 한다
명안 : 눈을 맑게 한다
소화조장 : 소화를 촉진한다
성주 : 술을 깨게 한다
소면 : 잠을 적게 한다
지갈 : 갈증을 멈추게 한다
해로 : 피로를 풀어 준다
방한소서: 추위나 더위를 견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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