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이 물들어 있는 혜명 단청 박물관
오색이 물들어 있는 혜명 단청 박물관
  • 서용하 기자
  • 승인 2019.05.23 16: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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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항의 전경 (출처 인천광역시 중구청)
인천항의 전경 (출처 인천광역시 중구청)

 

혜명 단청 박물관이 있는 인천은 1883년 제물포가 개항되고 1899년 한반도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 철도가 개통되면서 조선에 신진 문명을 전파하는 도시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했다. 그리고 지금도 한국의 문화적 선진화를 앞당기는 데에 있어 귀중한 도시 중 하나가 되고 있다.

그 인천의 중구에는 서해안 최대 항구인 인천항이 있고, 일본인 거리로 불리는 개항누리길과 국내 최대 규모의 차이나타운이 자리 잡고 있다. 이렇듯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공간인 인천에서 혜명 단청 박물관은 한국 전통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2009년 4월에 개관됐다. 혜명 단청 박물관은 인천 지정 무형 문화재 제14호인 단청장 정성길 관장이 평생 동안 모은 전통 관련 유물을 다수 소장하고 있다. 박물관의 위치는 1883년 개항 이래 항구를 중심으로 시가지가 형성되면서 번성기를 누린 수도권 유일의 해양 도시인 인천의 중구에 있다.

 

혜명 단청 박물관의 전경
혜명 단청 박물관의 전경

 

예부터 단청이 쓰인 이유

단청이란 청·적·황·백·흑의 다섯 가지 색을 기본으로 목조 건축물에 여러 가지 무늬와 그림을 그려 놓은 것을 말하는데, 동서남북의 방위와 청룡·주작·백호·현무의 신수 그리고 봄·여름·가을·겨울의 계절 등과 결합하여 일정한 질서에 따라 궁궐이나 사찰, 향교 등에 주로 쓰였다고 한다. 단청이 쓰인 이유는 건물이나 공예품이 부식되지 않고 오래 보존되도록 하며, 재질의 조악성을 은폐하여 위계와 신격을 나타냄으로써 기념물의 성격도 갖게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단청을 그릴 때 사용되는 도구들

단청을 그릴 때 사용되는 도구로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간략하게 소개해 보고자 한다. 타분줄은 단청의 시공이 마무리될 때, 벽 또는 귀긋기나 굴도리와 같이 긴 부재를 시공할 때 사용한다. 안료는 청·적·백·흑 등의 오방색을 중심으로 서로 색을 섞어 간색을 만들어 사용한다. 금단청을 하는 경우에는 황색 안료를 사용한 위에 금박을 더 사용하는데, 이때 집게를 사용하여 시공한다. 분쇄기로 광물성 염료를 분쇄하고 막자로 안료를 떠서 물에 풀거나 조색한다. 채기는 조채한 재료를 담아 채색할 때 사용하는 도구로, 뚝배기를 사용하여 온도 조절에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요즘은 간편하게 종이컵을 사용하기도 한다.

또, 물감 그릇을 끼워 매달아 채색하는 동안 손에 들고 사용하는 달로가 있다. 장척은 긋기 및 섬세한 채색을 할 때 달로와 함께 사용하는 도구로 손의 떨림을 방지한다. 타분주머니는 헝겊으로 주머니를 만들어 그 속에 호분을 넣고 두드려 가루가 스며 나오게 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붓은 세필 붓, 꺾인 붓, 평필 붓, 가칠 붓이 있다. 세필 붓은 가는 선을 그릴 때 사용하고, 꺾인 붓은 선자서까래와 같이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부위를 채색할 때 사용한다. 평필 붓은 문양을 채색할 때, 가칠 붓은 바탕 가칠을 할 때 사용하는 것이다. 붓은 우리에게 익숙한 도구지만 색을 내는 안료와 분쇄기, 조색하는 막자, 접착제와 집게 등은 많이 생소한 것들일 것이다. 다섯 가지 색으로 색감을 만들어 낸다고 하여 단순하게만 생각했지만 그 색감을 만들고 옮기기 위해 이렇게 많은 도구가 사용된다고 하니, 우리가 보는 단청의 아름다운 색감은 여러 과정을 거친 후 만들어진 지혜와 땀이 물들어 있는 일종의 조화의 산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왼쪽부터) 달로, 장척, 세필 붓, 꺾인 붓, 평필 붓, 가칠 붓, 타분주머니
(왼쪽부터) 달로, 장척, 세필 붓, 꺾인 붓, 평필 붓, 가칠 붓, 타분주머니

 

단청으로 그린 불교 회화

혜명 단청 박물관은 단청과 전통 문양 관련 유물 20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이러한 유물 중 건축, 회화·조각, 공예 그리고 탱화 작품들이 전시돼 있어 대표적인 몇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산신도>는 토착적인 산신 신앙이 불교와 결합되면서 사찰 내에 모셔지게 되었다고 한다. 이 작품에서 백발의 노인이 한 손으로는 수염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부채를 든 모습으로 앉아 호랑이와 동자를 거느리고 있는데, 전형적인 민간 신앙 속 산신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듯하다.

 

산신도
산신도

 

<치성광여래도>는 불교 탱화의 하나로 화면의 중앙에 북극성을 의미하는 치성광여래가가부좌의 자세로 앉아 있다. 그 좌우로 협시 보살인 일광보살과 월광보살(해와 달)이 배치되어 있다. 이러한 <치성광여래도>는 조선 후기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의 재난으로 인간의 무병장수와 자손 번영을 위해 다수 조성되며 사찰의 칠성각에 봉안되었다고 한다. 연화머리초는 단청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문양 중 하나라고 하는데, 연꽃의 문양을 본떴다고 한다. 연꽃은 꽃과 열매가 동시에 맺히는 특성이 있어 자손의 번영을 의미한다고도 한다. 연화 자체도 예뻤지만 연화가 피어 있는 연못의 잔잔한 물결이 더 앙증스럽게 느껴졌다.

 

치성광여래도
치성광여래도

 

꽃살창은 문살에 꽃무늬를 새긴 창으로, 이 꽃살창은 경주 포천 김룡사의 해체 및 보수 당시 나온 것이다. 세로로 7주화(朱花), 가로로 2주화씩 모두 14주화를 잎사귀와 함께 엮어 띠의 살이 도드라진 위에 주화문을 새겨 넣어 제작하였다. 우리나라에서 꽃살창이 유명한 사찰은 내소사, 쌍계사, 정수사 등이 있다고 한다. 꽃의 형태는 같지만 꽃 하나하나마다 색감이 다르게 채색돼 있어 보는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 준다.

 

연화머리초
연화머리초

 

함께 전시돼 있던 개판은 서까래(지붕의 뼈대를 이루는 나무) 위에 지붕을 덮기 위해 까는 나무판이라고 한다. 운문(구름 문양의 장식)을 그린 후 운두를 삼색으로 채색한 것이 있는가 하면, 고리줏대금을 그린 것도 있다. 이 금문 역시 삼색으로 채색하였으며, 금단청 시 단청했던 것이다. 소슬고리줏대금을 그린 것도 있다. 마찬가지로 금단청 시 단청했던 것으로, 일제 강점기 시대의 것으로 추정된다.

 

개판
개판

 

혜명 단청 박물관은 생각했던 것보다 규모는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색감에 취해 작품 하나하나를 바라보고 있자면 시간을 잊는 듯 했다. 단청이란 말은 우리의 문화이자 역사지만 이론적으로 복잡한 내용도 많이 담겨 있어 어려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별도로 공부를 해야만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질 좋은 색감을 즐기기에는 그냥 볼 수 있는 눈 하나만 있어도 족하다.

모든 작품을 소개하지 못해서 아쉬울 따름이지만, 작지만 작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아 단아하게 자리 잡은 혜명 단청 박물관은 언제 방문해도 계절의 색감과 함께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 줄 수 있는 장소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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