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고려의 찬란한 문화가 다시 깨어나다
대고려의 찬란한 문화가 다시 깨어나다
  • 송영대 기자
  • 승인 2019.07.03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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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고려 918·2018 그 찬란한 도전〉 티켓 부스
〈대고려 918·2018 그 찬란한 도전〉 티켓 부스

 

지난해 2018년은 고려 건국 1100주년이었다. 때문에 2018년에는 연초부터 고려와 관련하여 다양한 학술 대회가 열렸으며, 각 지역의 박물관에서도 고려 관련 특별전이 개최되었다. 지난 연말에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2018년 마지막 특별전으로 <대고려 918·2018 그 찬란한 도전>, 즉 대고려전을 개최하였다. 대고려전은 2018년 초부터 대대적으로 홍보하였고, 고려 건국 1100주년의 대미를 장식하는 특별전이라는 점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모았었다.

 

<대고려 918·2018 그 찬란한 도전>, 즉 ‘대고려전’은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2018년 12월 4일부터 2019년 3월 3일까지 개최된다. 국내의 유물은 물론 미국, 영국, 이탈리아, 일본 등 세계 각지에 퍼져 있는 고려의 유물도 함께 전시하게 되었다. 쉽게 구할 수 없는 유물들이 있어서인지 일부 유물은 일정 기간에만 전시되기도 한다. 때문에 특별전을 가고자 한다면, 관심 있는 유물이 전시되는 시기를 미리 살펴보아야 한다.

전시는 크게 3개의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개경의 왕실 미술’, ‘찬란한 세계, 사찰의 문화’, ‘고려의 멋, 고려의 미술’이 이에 해당한다. 전시된 유물로는 고려를 대표하는 청자와 금은기, 각종 불화와 불상, 대장경판, 서적, 의류 등이 있다. 모두 고려의 유물 중에서 최상급의 보물들을 전시하여 격을 높였다.

 

개경의 왕실 미술

전시실에 들어서면 고려의 해양 문화를 알 수 있는 유물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청동 거울과 유리병 등과 함께 동아시아 세계를 그린 지도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 중에서 영국 출신으로 이탈리아에서 활동하였던 로버트 더들리(Robert Dudley)가 작성한 <바다의 신비>라는 해도첩에서는 중국 동부와 한반도, 일본 열도가 함께 그려졌다. 한반도를 반도로 표현하였는데, 그 형태가 부정확하고 중국과 한반도 사이가 좁게 그려졌다는 점에서는 문제점이 있다. 다만 코라이 왕국(Regno di Corai)과 코라이해(Mare di Corai)로 기록하였다는 점이 유의된다. 17세기 당시 유럽에 한국의 존재가 코라이, 즉 고려로 알려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바다의 신비〉에 실린 한반도
〈바다의 신비〉에 실린 한반도

 

전시물을 따라가다 보면 단 2점의 유물만 전시된 방이 나타난다. 이중에서 한쪽은 연꽃무늬로 된 받침대만 놓여 있어 사실상 비어 있고, 다른 한쪽에는 스님의 좌상이 모셔져 있다. ‘희랑대사상(보물 제999호)’이다.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되었는데 색채 또한 또렷하여 마치 살아 있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 희랑대사는 후삼국 시대에 왕건을 지지하고 후원하였던 해인사의 스님이었다. 가슴 중앙에는 구멍이 뚫려 있는데, 이는 그가 가슴에 구멍을 내어 피를 모기에게 보시하여 다른 스님들의 수행에 도움을 주었다는 이야기와 연관된다. 본래는 희랑대사와 함께 북한에 있는 ‘태조왕건상’이 함께 전시될 예정인데, 12월 방문 당시에는 자리가 비워져 있었다.

 

보물 제999호 희랑대사상
보물 제999호 희랑대사상

 

다른 전시실에는 다양한 백자와 청자가 전시되어 있었다. 고려의 유물과 함께 송나라의 유물들이다. 태안 마도 바다에서 건져 올린 중국 도자기, 문공유라는 사람의 무덤에서 출토되었다고 전해지는 부장품, 개성 곡령리에서 나온 중국 자기들이 있었다. 이 외에 정요, 경덕진요, 월요, 요주요, 자주요 등 중국의 유명한 가마터에서 제작된 자기들이 전시되었다. 아울러 개성 부근에서 출토된 장신구들도 진열되었는데 이 역시 모두 송나라의 유물들이다. 이러한 유물들은 고려가 국제적으로 활발한 교류를 하였고, 그 대상도 당대 최상품들이었다는 점을 의미한다.

 

전시되어 있는 각종 도자기
전시되어 있는 각종 도자기

 

전시실 안쪽으로 들어서면 ‘최상의 아름다움, 왕실 미술’이라는 주제로 최고급의 유물들이 전시되었다. 고려 시대 일반인들이 사용하였던 기물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정교하고 아름답게 제작되어, 당시 최상층의 귀족들이나 왕족들만이 사용하였던 명품 청자와 금은기들이 진열되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도 가장 정교한 고려 유물들이 이번 전시에 출품되었으며, 외국에서도 수소문하여 가장 화려하고 역사적 의미가 있는 유물들이 선별되어 전시되었다.

‘은제 금도금 주자와 받침’이라는 유물은 이 중에서도 가장 시선을 사로잡는 유물이다. 이번 대고려전 홍보에서도 대표적인 유물 사진으로 제시되었다. 12세기의 유물로 미국 보스턴박물관의 소장품을 대여한 것이다. 주자와 받침은 하나의 세트이며 매우 정교하게 제작되었다. 은으로 제작되었으나 음각된 부분은 금도금을 하여 은색과 금색의 대비 효과를 주었다. 주자의 윗부분은 2개의 연꽃이 맨드라미처럼 화려하게 쌓아 올려졌으며, 그 위에 봉황이 올라갔다.

 

은제 금도금 주자와 받침
은제 금도금 주자와 받침

 

 

전시실 한 켠의 ‘청자 구름·학 국화무늬 피리’는 13세기 유물로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대여한 것이다. 고전 문학에서 등장하는 옥피리가 바로 이 유물인가 싶을 정도로 영롱한 청색을 띠었다. 가장 위쪽의 피리 부는 부분이 약간 훼손되었는데, 이를 금으로 보완하여 고급스러움을 더하였다. 구름과 학, 국화가 그려져서 다소 심심할 수도 있는 청자 피리를 세심하게 꾸며 놓았다. 호림미술관에서 대여한 ‘청자 구름·학 모란무늬 장구’와 함께 고려의 음악 문화를 체감할 수 있게 하는 유물이다.

 

청자 구름·학 국화무늬 피리
청자 구름·학 국화무늬 피리

 

‘청자 어룡모양 주자(국보 제61호)’는 물고기와 용이 결합된 조형물이다. 머리는 용, 꼬리는 물고기 모양인데, 마치 물고기가 용이 되어 승천하기 직전의 모습을 표현한 것처럼 느껴진다. 비늘이 하나하나 입체감이 있게 묘사되었으며, 손잡이는 연꽃 봉오리와 연잎이 달린 줄기를 꼬아 만든 듯이 표현되었다. 이러한 유물은 요나라의 자기에서도 등장한다. 즉 고려와 요나라의 예술적 교류 관계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유물이다.

 

국보 제61호 청자 어룡모양 주자
국보 제61호 청자 어룡모양 주자

 

찬란한 세계, 사찰의 문화

고려는 불교 왕국이었다. 숭유억불로 인하여 불교문화가 움츠러들었던 조선과는 달리, 우리나라 역사상 불교문화가 가장 만개하였던 시대였다. 다른 고려 시대 유물과 마찬가지로 화려하고 정교한 유물들이 다수 제작되었다. 그중에서도 시선을 사로잡는 유물은 다소 단출해 보이는 종이로 된 경전이다. 불교 유물의 첫 전시를 장식하는 유물은 ‘초조대장경으로 찍은 유가파의 기본 경전(국보 제273호)’이다. 초조대장경은 역사 교과서에서 늘 언급되듯이 우리나라 최초의 대장경이다. 초조대장경은 1087년에 6천여 권의 분량으로 완성되었다. 여러 사찰에서 대장경을 보관하였지만 몽골의 침략으로 모두 불타 버리게 되었다. 대고려전에서는 5점의 초조대장경 인쇄 유물이 전시되었는데 이 중에서 3점은 국보, 1점은 보물로 지정될 정도로 높은 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초조대장경으로 찍은 유가파의 기본 경전
초조대장경으로 찍은 유가파의 기본 경전

 

이러한 경전들은 고려 시대에도 가치가 높게 평가되어 귀중하게 보관되었다. ‘나전 국화 넝쿨무늬 경함’은 경전을 보관한 상자로, 13세기에 제작되었다. 영국박물관에서 소장한 유물이 이번 전시에 대여되었다. 현재까지 확인된 고려 시대 경전함은 총 9점밖에 되지 않는데 모두 그 형태, 크기, 묘사 방법 등이 비슷하다. 즉 국가적 차원에서 같은 장인들에 의해 제작되었다고 생각된다. 경전함은 문양 하나하나가 매우 정교하여, 고려인들의 불교에 대한 태도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나전 국화 넝쿨무늬 경함
나전 국화 넝쿨무늬 경함

 

합천 해인사의 고려 대장경판은 3점이 전시실 중앙에 전시되었다. 모두 국보와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해인사의 장경판전은 조선 성종 때인 1488년에 4개의 건물로 완성되었다. 이 중에서 동·서 사간판전에는 해인사 및 지방 관아에서 자체적으로 조성한 고려 시대 판목 54종 2,835장이 보관되었다. ‘대방광불화엄겸 수창년간판(국보 제206-16호)’은 1098년에 제작된 대장경판으로, 팔만대장경보다 150년 이상 앞서 제작되었다. 현재까지 전하는 가장 오래된 화엄경 판목으로 알려져 있다.

 

법보 사찰 해인사의 고려 대장경판
법보 사찰 해인사의 고려 대장경판

 

‘수월관음도’는 고려의 불화의 정수를 보여 주는 유물이다. 이번 대고려전에는 5점의 수월관음도가 전시되었는데, 이 중에서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대여한 수월관음도는 14세기에 제작된 유물이다. 불교에서 선제동자가 진리를 찾아 여행을 떠나면서 가장 마지막에 만나는 이가 관세음보살이다. 달과 물이 함께 표현되어 있으며, 전형적인 도상적인 특징을 보여 주며 비단에 그려졌다.

불교전시실의 중앙에는 5점의 불상과 보살상이 전시되었다. 이 중에서도 ‘건칠보살좌상’은 매우 사실적으로 세밀한 묘사가 돋보이는 보살상이다. 건칠불은 옻칠과 삼베 또는 모시를 여러 겹 발라 건조되었을 때의 강도만으로 완성된 불상을 의미한다. 역대로 칠은 매우 비싼 가격이었는데, 이를 대량으로 사용하였다. 덕분에 가볍고 견고하게 제작되었지만, 고가에 제작 기간이 길기 때문에 소수만 만들어졌다.

 

건칠보살좌상
건칠보살좌상

 

‘금동십일면천수관음상’ 또한 고려 불상의 미학을 고스란히 보여 주는 유물이다. 14세기에 제작된 보살상이다. 11개의 얼굴과 천 개의 손이 있다고 하여, 어찌 보면 기괴한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 이러한 도상은 모든 중생들을 살펴보고 그들을 어루만져 주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며, 밀교의 영향을 받아 제작되었다. 고려 시대의 조각상으로는 프랑스 기메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2점만이 전해지고 있다. 이번 대고려전에서는 대리국에서 제작된 천수관음상도 함께 전시되었다.

 

금동십일면천수관음상
금동십일면천수관음상

 

대고려전에서는 14세기 원나라에서 제작된 시왕도 3점이 전시되었다. 모두 나라국립박물관에서 대여한 것으로, 일본 중요 문화재로 지정된 유물이다. 제5염라왕, 제7태산왕, 제10오도전륜왕의 그림이 전시되었는데, 모두 보존 상태가 매우 뛰어난 편에 해당한다. 지난해 <신과 함께>라는 영화가 개봉하면서 불교의 지옥세계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증가하였다. 시왕 중에서도 염라대왕은 지옥의 왕이자 상징적인 인물이다. 고려에서도 시왕의 신앙이 받아들여졌으며, 이 유물은 고려와 원나라의 신앙적 영향 관계를 알 수 있게 해 준다.

 

시왕도(제5염라왕)
시왕도(제5염라왕)

 

고려의 멋, 다점과 디자인

불교 전시실을 지나면 ‘다점, 차가 있는 공간’이라는 이름의 전시실이 나온다. 여기에는 2개의 방을 만들어서 각종 유물들을 전시해 놓았다. 고려 시대의 집을 모티브로 하여 방을 만들었으며, 차와 관련된 다양한 유물을 전시하였다. 마치 찻집에 온 느낌을 준다. 실제로 전시실에서는 녹차를 덖는 냄새가 나고, 가운데에는 녹차를 담은 2개의 완이 전시되어 조명에 따라 찻물이 생겼다가 사라지곤 한다. 이렇듯 시각뿐만 아니라 후각을 동원한 전시를 하였다는 점이 새롭게 다가온다.

 

차를 향유하던 고려인의 공간
차를 향유하던 고려인의 공간

 

다점의 뒤편으로 가면 여러 회화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이 중에서도 ‘안향초상(국보 제111호)’은 교과서에도 볼 수 있는 유명한 회화이다. 조선 시대 이불해가 그렸다고 전해지는 유물로 현재 안동 소수서원에 보관하고 있는 유물을 전시하였다. 안향은 한반도에 최초로 주자성리학을 전파하고, 이제현과 같은 제자를 육성하여 신진사대부가 역사에 등장할 수 있도록 한 인물이다.

대고려전의 마지막 전시실은 ‘고려의 찬란한 기술과 디자인’이라는 이름이 붙어졌다. 청자와 금은기를 비롯하여 다양한 명품 유물을 전시하였다. 다양한 유물 중에서도 눈길을 사로잡은 유물은 ‘여지무늬 허리띠(보물 제451호)’였다. 여지는 양귀비가 좋아했다고 알려진 과일이다. 안동 태사묘에 보관되어 있던 고려시대 전기의 유물이다. 왕건은 안동에서 후백제에 맞서 전투를 치렀으며, 이때 안동 지역에 있던 3인의 호족의 도움으로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 이 3명의 공신을 모셔 놓은 곳이 안동 태사묘이다.

 

보물 제 451호 여지무늬 허리띠
보물 제 451호 여지무늬 허리띠

 

대고려전의 마지막에는 고려의 금속 활자가 전시되었다. ‘돌아올 복(復)’ 자 위에 ‘뫼 산(山)’이 있는 한자로 ‘산덮을 복’이라고 한다. 현재는 쓰이지 않는 글자이자. 이 유물은 남한에 남아 있는 거의 유일한 고려 시대 활자이다. 고려 시대 무덤에서 출토되었다고 하는데, 한글 금속 활자와 함께 전시를 마무리하고 있다. 고려 시대 활자의 실제 사례를 알려 준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매우 높은 유물이다.

 

고려의 금속 활자
고려의 금속 활자

 

이번 대고려전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최대한의 준비를 한 특별전이다. 고려의 모든 보물들을 모아 놓은 흔치 않은 기회이다. 최상품의 유물을 통해 고려 시대의 화려한 문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다시 한 자리에 모이기 힘든 유물들이 다수 전시된 만큼, 고려 시대를 이해하고 싶은 이들은 꼭 관람하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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