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영혼 '영주 봉지의 삶, 해녀들의 춤판'
제주의 영혼 '영주 봉지의 삶, 해녀들의 춤판'
  • 이영혜 기자
  • 승인 2019.07.03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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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춤
소고춤

 

제주와 해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개념이다. 현대에는 물질을 해서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는 해녀가 거의 자취를 감추었지만 제주의 오랜 역사 속에서 해녀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제주에 터 잡고 살며 창작 무용을 선보이고 있는 다온무용단은 해녀의 삶을 한국 무용으로 풀어낸 ‘영주 봉지의 삶, 해녀들의 춤판’을 서귀포 김정문화원에서 올렸다.

 

꽃봉오리로 피어난 바당 어멍, 해녀

제주 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해녀. 어엿한 직업이지만 점점 사라져 아마도 다음 세대에는 잊힐지도 모르는 이들이다. 그래서인지 해녀와 관련된 문화 공연은 지나치지 못하고 찾아보게 된다. 자연계에 비유하자면 멸종 위기종을 바라보는 안타까운 심정이랄까?

우리 삶 속에서 문화는 끝없이 새로 태어나고 사라짐을 반복하며 현재로 이어져 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AI로 대체될 운명에 처한 수많은 직업들과는 다른 애잔함이 ‘해녀’라는 단어 속에는 존재한다. 그것이 어머니든, 대체된 가장이든, 질곡으로 얼룩진 삶이든 ‘해녀’라는 말이 지닌 고유의 강인함과 생명력은 현대를 아우르는 가치를 말한다.

역동적인 장고춤을 시작으로 신명 나는 리듬 속에 시작된 공연은 귀엽고 앳된 학생들의 소고춤이 풋풋함으로 무대를 가득 채우며 관객의 시선을 모았다.

장고와 소고를 든 무용수들의 멋스러운 전통 무용 춤사위에 빠져들 즈음, 드디어 해녀들이 등장한다. 바로 ‘영주 봉지’들이다. 공연의 제목인 ‘영주 봉지의 삶’은 언뜻 이해하기 쉽지 않은데, ‘영주’는 제주의 다른 이름이며, ‘봉지’란 제주 방언으로 꽃봉오리를 뜻한다고 한다. 여기에서 꽃봉오리는 해녀를 말한다.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기 힘든 독특한 직업군인 해녀. 이들은 그저 직업의 일종으로 설명하기에는 많이 부족한 제주의 지난 역사를 직조한 삶 자체이자 현대까지 아우르는 제주혼의 실체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을 기획한 총안무가 김하월 단장은 자신이 그간 개척해 온 예술적 성과의 ‘무게’를 넘어, 오늘의 대중과 호흡할 수 있는 ‘가장 제주적인 춤, 해녀의 삶이 무대’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제주에 터를 잡고 살며 한국 창작 무용의 맥을 잇고 있는 다온무용단 김 단장은 지난 2년 동안 <영주 봉지의 삶, 해녀들의 춤판>이라는 동일 주제로 창작 무용 무대를 올렸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는 (사)한국국제사진영상교류협회 회원들이 제공한 해녀와 바다를 주제로 한 사진과 영상으로 꾸며, 더욱 감각적인 공연을 만들었다.

 

한국국제사진영상교류협회의 해녀를 주제로 한 사진전
한국국제사진영상교류협회의 해녀를 주제로 한 사진전

 

영상 예술과 현대 한국 무용의 감각적 앙상블

1부의 장고춤과 소고춤, 부채 산조로 우리 전통 무용의 춤사위에 빠져들고 나면, 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이 공연의 주제인 ‘바당의 어멍’들을 만나게 된다. 한층 현대적으로 해석된 안무는 제목에서 표현되었듯이 제주 섬의 지난 시간들 속에서 ‘섬의 어멍’으로서 어린 자식들을, 노부모를 먹여 살리기 위해 사시사철 차가운 바다에 몸을 담그고 살아 온 해녀들의 삶이 춤으로 관객의 가슴에 내려앉는다.

‘1장 이어도의 아침’, ‘탐라의 숨비 소리 밀려오는 아침 바다’에서는 물질을 나가는 해녀들의 모습이 어린 무용가들의 앙증맞은 몸짓에 실려 경쾌하면서도 역동적으로 시각화되었다. ‘2장 살암시민 다 살아진다’, ‘아픈 삶, 포획한 바다’는 제목처럼 지난했던 해녀들의 삶이 마치 한 마리 바닷가 물새인 듯, 날아오르며 감동을 전한다. ‘3장 구럼비 순비기꽃’, ‘보랏빛 희망과 그리움’으로 전하는 마지막 장에서는, 마침내 제주의 영혼으로 영원히 남은 해녀라는 존재에 대해 절절히 느끼게 하는 시간을 가슴에 새겨 준다.

 

아픈 삶, 포획한 바다
아픈 삶, 포획한 바다
구럼비 숨비기꽃
구럼비 숨비기꽃
구럼비 숨비기꽃
보랏빛 희망과 그리움

 

“해녀들의 깊이 있는 호흡을 바탕으로 오늘날 대중이 열광하는 예술이 제주의 민속 창작 춤과 만나는 지점을 찾아내고자 했다”는 안무가의 바람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전통 예술 평론가인 제주국제대학교 조성빈 특임교수는 “이 공연은 해녀를 주제로 처음 시도하는 극 형식의 무용 작품”이라며 “해녀들의 사진과 영상으로 입체적 공간감을 더한 세트는 한국 무용과 영상 예술이 어떻게 어우러질지 기대감을 갖게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다온무용단은 1995년 제주민속무용단으로 창단한 뒤 2012년 명칭을 바꾸어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으며, 2017년 제주특별자치도 서울본부가 주최하여 종로홍보관에서 열린 제주 관광객 1100만 돌파 감사 ‘해녀들의 한양 버스킹’을 열어 대중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영주 봉지의 삶, 해녀들의 춤판’은 2018년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하며, 보다 가치 있는 삶을 꿈꾸는 모든 이에게 ‘제주 해녀’라는 유산이 남긴 또 하나의 가치를 아름답게 전해 준 뜻깊은 공연이었다.

소중하게 지켜 낸다면 다음 세대도 잊지 않을 이름, 그래서 영원히 살 수도 있는 우리 삶 속의 또 다른 어머니의 모습, 해녀였다.

 

바다의 어멍
바다의 어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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