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문화재 환수에 대한 이야기 2
빼앗긴 문화재 환수에 대한 이야기 2
  • 이성관 기자
  • 승인 2019.07.03 09: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나라는 수많은 외침을 받으며 많은 문화재가 손상되고, 또 외국으로 반출됐다. 그러나 우리가 피해자이기만 할까? 우리가 빼앗은 문화재는 없을까? 그리고 만약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이러한 문제는 거론하는 것조차 민감하지만, 우리의 문화재 환수 운동의 정당성을 마련하기 위해 반드시 결론지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문화재 환수를 말하면서 우리나라에 있는 외국의 문화재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이제는 마치 사자성어처럼 굳어진 말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빼앗긴 문화재를 돌려받아야 하는 것처럼 우리에게 문화재를 빼앗긴 나라도 문화재를 돌려받을 자격이 있다.

사실 우리가 빼앗은 문화재는 매우 한정적이다. 우리가 주로 문화재를 빼앗기는 쪽에 있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물론 개인적으로 외국의 문화재를 헐값에 사들이거나 몰래 반입해 온 경우는 있을 수 있으나 공식적으로 우리나라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 돌려주지 않고 있는 문화재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이른바 ‘오타니 컬렉션’이라 불리는 중앙아시아의 문화재이다.

 

오타니 컬렉션 중 샤오허 묘지에서 나온 바구니
오타니 컬렉션 중 샤오허 묘지에서 나온 바구니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이 오타니 컬렉션은 일본의 승려 오타니 코즈이가 1902부터 1914년까지 중앙아시아의 문화재들을 3차례에 걸쳐 수집한 결과물이다. 그러나 오타니는 개인적으로 수집활동을 한 것이었기 때문에 3차 수집 도중 경영난을 겪으며 파산하게 되는데, 이에 따라 모아 두었던 문화재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그러나 이미 수집한 문화재는 고베의 별장에 두었는데, 이 별장을 일본의 정치가가 구입하고 자신의 고향친구였던 조선 총독 데라우치 마사타케에게 그 안에 있던 문화재를 기증하면서 우회적으로 우리나라 경복궁으로 들어오게 된다. 이는 현재까지 국립중앙박물관의 수장고에 보관되어 있다. 오타니 컬렉션을 보관하고 있음으로 해서 우리는 공식적으로 약탈 문화재 보유국이 됐다.

이는 수집과정으로 보나 사후 처리로 보나 해당 국가에 돌려주어야 하는 약탈 문화재가 분명하다. 약탈 문화재를 가지고 있는 나라들은 대체로 ‘당신들의 문화재가 지금 자리에 있어도 가치가 있다’, ‘당신들은 보존 능력이 아직 안 된다’, ‘지금 여기가 보관은 물론 연구 전시에도 낫다’라는 핑계를 대며, 약탈 문화재를 돌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도 마찬가지의 핑계를 대고 있다. 거기다 “해당 국가에서 돌려 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왜 스스로를 돌려주냐”는 논리까지 내세우며 문화재를 돌려주지 않고 있다. 이로써 우리는 문화재 환수 운동 자체의 정당성에 흠집을 가지고 있다.

물론 우리가 빼앗긴 문화재는 양으로 보나 횟수로 보나 그 가치로 보나 우리가 빼앗은 문화재보다 훨씬 많고 크다. 그렇지만 약탈 문화재를 하나라도 가지고 있으면서 우리 문화재를 돌려 달라고 외치는 것은 커다란 모순이다. 문화재 환수 원칙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문화재 환수의 원칙 1~2 참조) 우리는 문화재를 돌려주는 데도 고려해야 할 것들이 많다. 약탈당한 국가의 국내 상황이 문화재를 제대로 보존할 수 없는 상태라면 우리가 보관하고 있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 중앙아시아는 대체로 내전을 겪거나 자체 국가를 형성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기 때문에 환수를 하지 않는 편이 낫다는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

 

오타니 컬렉션 중 베제클리크 석굴사원 제15호굴 - 서원화 벽화 일부 공양보살화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오타니 컬렉션 중 베제클리크 석굴사원 제15호굴 - 서원화 벽화 일부 공양보살화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오타니 컬렉션 중 베제클리크 석굴사원 제15호굴- 서원화 벽화 일부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오타니 컬렉션 중 베제클리크 석굴사원 제15호굴- 서원화 벽화 일부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그렇다면 우리는 그들의 문화재를 인도적 차원에서 임시로 보관하고 있으며, 해당 국가의 국내 상황이 호전되거나 환수 요청이 있으면 언제든 돌려주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은 태도는 우리가 인도적인 문화재 환수를 요구하는데 커다란 기반이 된다. 우리가 약탈 문화재를 환수하는 데 있어서 돈을 주고 사들이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딱히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다. 그렇게 해서라도 우리 문화재를 찾아오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이 든다면 그와 같은 결정을 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문화재 환수 과정은 철저한 전략에 의해 움직이고, 그 전략에는 돈을 주고 사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 또한 미디어에 관심을 바라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철저히 구분해서 움직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문화재 환수 전략을 짤 때 상상할 수 있는 최상의 결과는 상대방이 약탈한 문화재라 인정하게 하여 반환 받는 것이다. 그런 반환의 경우 미디어가 떠들썩하게 움직이더라도 문제가 없고, 오히려 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로 작용한다. 그 최상의 결과를 내는 확률을 높이기 위해 우리는 먼저 문화재 약탈에서 손을 깨끗이 씻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아무리 힘의 논리가 앞서는 국제 사회라 하지만 정당성이라는 무기는 예나 지금이나 어느 정도의 효력이 있기 때문이다.

 

오타니 컬렉션 중 샤오허 묘지에서 나온 가면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오타니 컬렉션 중 샤오허 묘지에서 나온 가면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물론 정당성을 가지면 모든 문화재를 공짜로 환수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 스스로 관련 문제를 말끔하게 해결해야 정당한 반환 요구를 할 수 있는 시작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타니 컬렉션은 되돌려 놓을 때 얻는 가치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문화재를 환원하는 데 있어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이를 일본에 되돌려 놓느냐, 아니면 중앙아시아의 해당 국가에 되돌려 놓느냐 하는 문제이다. 일본인 오타니가 약탈한 문화재이니만큼 일본으로 해당 문화재를 넘겨 일본이 약탈당한 국가에 돌려주게 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고 주장하는 경우와 문화재를 빼앗긴 것은 일본이 아니라 해당 국가인데 이를 다시 일본에 보관하게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는 주장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이 논란에는 간과하지 말아야 할 측면이 있다. 일본에서 중앙아시아의 국가들에게 문화재를 돌려줄 것이란 확신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일본이 위에서 소개한 핑계를 대며 자신들이 이 문화재를 보관하겠노라고 주장한다면 우리는 그저 일본에게 오타니 컬렉션을 돌려준 꼴 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필자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에게 직접 돌려주는 것이 더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아무것도 정해진 바 없는 현재로선 환원의 의지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만으로도 국제 사회에서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 상당한 가치가 있는 문화재를 그냥 넘겨주는 것이 아까워 태도를 모호하게 하거나 논의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야말로 소탐대실의 전형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앞서 말했듯이 우리가 환수해야 할 문화재는 우리가 내주어야 할 것보다 훨씬 더 높고 크고 많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