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년 전통 생명의 꽃 마석 5일장
백 년 전통 생명의 꽃 마석 5일장
  • 한은수 기자
  • 승인 2019.07.0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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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석민속 5일장 입구
마석민속 5일장 입구

 

늙은 호박 옆에는 도라지, 달래 냉이 칡뿌리 싹 튼 감자, 고춧가루 돼지감자 버섯 쪽파, 배추 뿌리 무말랭이 껍질 깐 마늘. 이 빠진 사발에 담긴 곡식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 주름진 손과 얼굴로 웃어주며, 인심 가득 담긴 덤을 푸근히 얹어 주는 그곳. 엿장수의 가위 장단에 어깨춤이 절로 나며 흥겨운 리듬을 타며 가마솥 가득한 팥죽 속 새알심이 익어가는 곳. 그곳이 바로 경기도 마석역 아래 열리는 백 년 전통 마석 5일장이다.

 

춘천 가는 전철, 경춘선을 타고 가다보면 마석역에 이른다. 남양주시 화도읍 마석우리, 평내호평역과 대성리역 사이에 있으며 장터 역사 백 년의 전통을 거뜬히 이어오고 있다. 5일을 주기로 서는 오일장이며, 3일과 8일에 서는 마석 3, 8 오일장이다.

‘마석(摩石)’이란 지명은 곡식을 분말내는 용도로 쓰이는 농기구인 ‘맷돌’을 가리키는 말이다. 장을 이어오는 내내 이 지역에서는 맷돌이 많이 생산되었던 연유에서 비롯되고 유래된 지명이다. 이에 ‘모퉁이, 모루’를 뜻하는 어미 ‘우(隅)’가 쓰여 ‘마석우리’라는 지명이 생겼고 ‘맷돌머루, 맷돌모루’라고도 불렸다.

오래전부터 마석에는 바위와 돌이 많은 지질학적 특성이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그 돌로 맷돌을 생산했으며 마을길이 둥글게 돌아 생겼다하여 ‘맷돌모루’라고 부르다가 현재는 ‘마석우리’로 불리게 되었다. 풀어보면 ‘갈 마(馬), 돌 석(石), 모퉁이 우(隅), 마을 리(里)’자를 써서 ‘마석우리(磨石隅里)’라고 부르고 있다. 구획으로는 조선 시대부터 한말까지 양주군 하도면 이었으며, 마석우리 295-4번지 3천 173㎡(959평)에 위치한 마석시장은 1933년 개설되었다. 햇수로는 77년이지만 백 년 그 훨씬 이전부터 재래시장이 서고 많은 유동인구가 오가던 역사적 요충지였다고 한다.

 

경춘선 마석역
경춘선 마석역

 

백 년의 시간, 그 속에서는 어떤 일들이 생겨날 수 있을까?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처럼 십 년이 열 번 지난 백 년의 시간 속에서 말이다. 백 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에 아마도 바위는 자갈이 되고 자갈은 닳아 모래가 되었으리라. 모래가 닳고 흘러 흙이 되고 먼지가 되었으며, 먼지를 품은 바람이 속살대며 허공의 소리를 들려주는 곳. 그 흙과 먼지 위에는 수없이 많은 좌판이 펼쳐졌을 것이다. 좌판의 주인은 바뀌고 변화되었으며, 좌판을 채운 상품의 구성도 시대상황과 함께 변화되고 가감되었겠다. 의식주를 주체로 하는 상품의 중심에는 고귀하지만 모질고, 위태롭지만 질긴 우리네 삶이 녹아들어 있다. 백 년을 이어왔다는 마석 장터에는, 드러내고 터진 맨살의 삶이 있고, 그를 이루고 형성한 희로애락의 애환이 있었다.

‘지구는 살아있다’라는 표현이 있다. 그렇다면 이 지구상에서 가장 생명력이 강한 존재는 무엇일까? 지구 생명의 중심에는 인간이 있다. 그 인간의 생명과 숨결을 잇는 기본조건으로는 ‘의식주’가 꼽힌다. 그중 가장 필요한 필수 선순위는 무엇일까? 생명의 원천은 또한 무엇인가? 삶을 유지하는 것, 삶을 이어가게 하는 것, 그에 더하여 삶을 지탱하게 하는 근본과 근원은 무엇인가? 답은 천차만별하며, 그 속에는 섬세하고 오묘한 마음의 정서와 다양성이 함께 공존한다. 하지만 정확한 것은 삶의 방식과 방향에 따른 비밀의 열쇠가 그 속에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하여 백 명을 볼 때 백 명의 정서와 그에 따른 삶의 방식이 다르고, 백 명 각자가 자기 앞에 놓인 삶을 대하는 태도와 양상이 달라지는 것이다. 하여 자신의 삶이 팍팍히 느껴지거나 의구심이 들 때 여행을 떠나고 그 여행지에서마다 오래된 시장구경에 나서는 것이다. 지구의 생명력처럼 시장 역시 살아 있다. 그 기운을 받고 생명력과 활력을 몸과 마음에 충전하여 돌아오는 여정, 시장은 그 무엇보다 강한 생명력으로 살아 숨 쉬고 있다. 마석 5일장 역시 살아 있었다. 그 속에서 ‘의식주(衣食住),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만난다.

 

시장 초입에서 바라본 장터
시장 초입에서 바라본 장터

 

의[衣] 장터에 걸린 옷의 장점으로는 실용성이 으뜸이다. 색상과 프린트가 경쾌하고 직설적이다. 품도 넉넉하다. 무엇보다 값이 적당하니 만지작대며 주머니 속 경제를 가늠하지 않아도 된다. 여름엔 시원한 냉장고바지 겨울엔 후끈한 솜바지, 통풍이 잘되는 월남치마 일하기 좋은 고무줄 바지가 있다. 각종 모자도 있다. 농사 전용 가림막 모자는, 사방에 차양막이 있어 햇볕을 차단해 준다.

 

마음을 녹이는 푸근한 점퍼
마음을 녹이는 푸근한 점퍼

 

식[食] 호떡집에는 언제나 불이 난다. 켜켜로 줄을 세운 깨진 종지엔 각양각색의 곡식이 가득 담겨 있다. 다음 농사를 위해서는 종자 가게도 들러야 한다. 그중 바구니 상점 앞쪽으로 길게 진열된 맷돌에 눈길이 간다. 왠지 상품성이 뛰어난 듯 보인다. 생선 가게도 단연 인기다. 양미리 숭어 전어 가자미 꼴뚜기 오징어 청어 고등어. 신기하게는 메뚜기 도치 개구리 자라 번데기 가물치도 있다. 꽈배기 뻥튀기 옥수수 찐빵 꿀떡 팥떡 콩떡 개떡 팥죽 국수 빈대떡 떡볶이. 장터 먹거리는 장터에서 먹어야 제맛이 난다. 그를 ‘먹고 보고 즐기려’ 장날을 기다리는 게다.

 

"손이 보이지 않도록 불이 난 호떡집" "최고 인기 뻥튀기 좌판" "푸짐하고 풍성한 찜통 술빵들"
손이 보이지 않도록 불이 난 호떡집
"손이 보이지 않도록 불이 난 호떡집" "최고 인기 뻥튀기 좌판" "푸짐하고 풍성한 찜통 술빵들"
최고 인기 뻥튀기 좌판
"손이 보이지 않도록 불이 난 호떡집" "최고 인기 뻥튀기 좌판" "푸짐하고 풍성한 찜통 술빵들"
푸짐하고 풍성한 찜통 술빵들

 

주[住] 그보다 풍성할 수 없게 이불 산이 가득이다. 여름에는 삼베이불 겨울에는 솜이불, 프린트는 큼직하고 색상은 현란하다. 베개도 가득한 그 속에 죽부인이 인기다. 흥정 없이도 싸고 질겨 참으로 마음에 든다. 담아 주는 이불 더미로는 특별히 산타 보따리 체험을 해볼 수 있다.

희[喜] 경사를 앞둔 가정을 위해서는 한복 가게가 있다. 고운 색동 귀한 옷감으로 신랑신부를 축하해준다. 돌잔치 아가를 위한 앙증맞은 한복이 귀여워 감탄일색이다. 미리 머리를 다듬느라 미용실이 북적이고 그날을 기념하는 떡집에도 불이 난다. 백일떡으로는 수수팥떡을 찌는데, 아기 건강을 기원하려 백 집에 나눠 돌린다. 결혼기념으로는 찰떡이 제격이다. 음식에 고소함을 더하는 깨를 볶느라 바쁘고, 참기름 들기름 향은 온통 사방에 진동한다.

 

허기를 달래주는 구수한 가래떡구이
허기를 달래주는 구수한 가래떡구이

 

로[怒] 한약방 안과 밖에는 길게 줄을 섰다. 예전부터 진맥을 보았고 용하다는 소문이 난 곳이다. 하여 한의원이 아니고 한약방이라 한단다. 화병 통병 울화병이란 간판이 나와 있다. 약침 봉침 부황이 특효를 본다고 한다. 밖에서 보니 환자와 한의사는 가족과 친구처럼 대화한다. 짐작건대 그 과정이야말로 아픈 마음에 주는 특효처방이 아닐까 싶다.

 

심마니의 산삼과 약초
심마니의 산삼과 약초

 

애[哀] 마석 장터 외곽에는 아직도 장의사가 있다. 듣기로는 대를 이은 가업이라 한다.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진심 경건한 마음이 든다. 장터에는 영정사진을 찍는 거리사진사도 있다. 장날에 찍고 다음 장날에 찾는다고 했다. 다소곳하니 손을 모으고 그 앞을 지난다.

락[樂] 엿장수의 가위장단은 어찌 그리 신이 날까? 가락과 장단이 경쾌해 몸이 절로 움찔댄다. 어깨가 들썩이고 웃음이 절로 난다. 페이스페인팅의 원조는 단연 엿장수이다. 옆 꽃 가게에서는 온갖 꽃 잔치가 한창이다. 이미 유행이 지난, 일명 ‘길보드 차트’를 책임지는 길거리 노래모음테이프를 아직도 구매할 수 있다. 구성지고 간드러지는 리듬의 축제를 저가 구매로 즐길 수 있다.

 

흥겨운 북장단의 엿장수
흥겨운 북장단의 엿장수

 

돌아오는 마음 가벼우니 분명 힐링되었다. 대신 양손에는 보따리가 가득이다. 싱싱한 봄동이 비닐을 비집고 튀어나온다. 아마도 텃밭이 아닌 환경 변화에 놀라, 웃자라고 있음이 분명하다. 겨울 언 땅에서도 꿋꿋이 자란 냉이 향이 진동이다. 노지 냉이와 양식 냉이의 향은 가히 비교할 수 없음이다. 손길과 발길 힘이 달리 느껴지니 기를 받았음에 분명하다. 충전된 기운을 몰아 일상에 충실할 수 있으며, 생생한 활기의 현장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기회를 가졌음이라. 이 힘의 근원은 시장에서 비롯되었으니, 그야말로 장터는 살아있음이 분명하다. 삶이 고되고 활기를 요할 때는 장터로 나서 보자. 남양주시 화도읍 마석우리, 백 년을 이어온 생명력을 마석 5일장에서 얻을 수 있다.

 

마석의 어원인 맷돌 좌판
마석의 어원인 맷돌 좌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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