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모더니즘의 선구자로 불리는 프랑스 아트 듀오, 피에르와 쥘
포스트모더니즘의 선구자로 불리는 프랑스 아트 듀오, 피에르와 쥘
  • 김도윤 기자
  • 승인 2019.07.03 09: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혹시 ‘사진회화’라는 장르에 대해 들어 본 적 있는가? 사진회화는 말 그대로 인화지에 페인팅 된 작품을 말한다. 사진회화라는 장르를 처음 창조해 낸 이들은 프랑스 아트 듀오로 유명한 ‘피에르와 쥘’이다. 피에르가 촬영한 사진에 쥘이 페인팅을 해 작품을 완성한다. 이들의 작품은 이미 국내에서 한 차례 전시가 진행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1월 K현대미술관에서 두 번째 전시전이 개최됐다. 이곳에 전시된 작품만 총 211점. 인종, 종교, 성별, 사회, 신화 등 다양한 장르를 총망라한 피에르와 쥘의 작품 세계를 살펴보자.

 

40ANS, 2016 (출처 K현대미술관)
〈40ANS〉, 2016 (출처 K현대미술관)

 

동업자이자 동반자로 함께한 지 ‘40년’

<피에르앤쥘보헤미안展>의 주인공인 피에르 꼬모이(Pierre Commoy)와 쥘 블랑샤르(Gilles Blanchaer)는 비즈니스 파트너이자 연인이다. 피에르는 1949년 프랑스 라로슈 쉬르용 출생으로 제네바에서 사진사로 활동했고, 쥘은 프랑스 르아브르에서 태어나 에꼴데자보에서 회화를 공부했다. 잡지사에서 근무했던 두 사람은 1976년 파리 겐조 부티크에서 처음 만났고, 아파트에서 작업 겸 동거를 시작했다. 현재에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이들에게 미술관 2층 초입에 걸린 작품 <40년(40ANS)>은 매우 의미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커플룩을 입은 두 사람이 장난기 넘치는 환한 미소와 함께 케이크 뒤에 서 있다. 함께한 지 40주년을 맞아 작업한 작품이다. ‘동업자이자 동반자로 만난지 40주년’이 된 것을 기념한 셈이다.

 

Les grimaces, 1977 (출처 K현대미술관)
〈Les grimaces〉, 1977 (출처 K현대미술관)

 

사진과 회화, 경계선을 무너뜨리다

피에르와 쥘이 아티스트 듀오로 첫선을 보인 작품은 무엇일까? 그 작품은 저마다 다른 표정을 지은 증명사진 <찌푸린 얼굴들(Les grimaces)>이다. 큐레이터가 들려준 이야기에 따르면 쥘은 어린 시절부터 증명사진 모으는 것을 좋아했지만 피에르는 증명사진의 흰색이나 회색을 싫어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이 고안한 방법이 증명사진 배경에 각기 다른 색을 넣는 것이었다. 오늘날에는 증명사진에 다양한 색을 넣을 수 있지만 당시로서는 꽤나 파격적인 시도였다. 이 작품으로 유명세를 얻은 이들은 1977년 장 폴 고티에, 앤디 워홀, 살바도르 달리, 입생로랑, 이기 팝, 마돈나 등 유명 인사의 인물 사진을 작업했다. 작업 초기, 색감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던 이들은 자연스레 사진 위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사진과 회화가 결합된 ‘사진회화’라는 새로운 장르가 탄생함과 동시에 두 장르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탈장르화가 나타났다. 피에르와 쥘을 포스트모더니즘의 선구자라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도 이들의 작품은 사진인 듯 회화인 듯 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사진이라고 정의 내리기에는 사진 특유의 해상도가 없으며 회화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선명하다. 어디까지가 사진이고 회화인지 구분하기 위해 작품에 한걸음 더 다가가면 오히려 그 경계가 더 모호해 보인다. 이유가 무엇일까?

 

 

Coeur Magique, 2016 (출처 K현대미술관)
〈Coeur Magique〉, 2016 (출처 K현대미술관)

 

관람객이 상상력을 유발해 이미지를 확장

피에르와 쥘은 새로운 작업을 할 때마다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공유한 뒤 스케치 작업을 거친다. 그다음 작품을 구현해 줄 이상적인 모델을 찾아 작업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모델 중에는 일반인도 상당수 있는데, 영감을 주는 사람이라면 모두 이들의 섭외 대상이었던 셈이다. <사랑 마법(Coeur Magique)>, <부서진 심장(BROKENHEART)>은 가수 CL과 탑을 모델로 한 작품이다. CL이 피에르와 쥘의 작품을 보고 그들과 함께 작업하고자 메일을 보낸 뒤 프랑스로 직접 갔다고 한다. 비슷한 시기에 탑은 독일에서 영화를 찍고 있어 함께 참여했다고 한다. 피에르와 쥘은 모델과 작품 주제부터 감정 등 많은 이야기를 나눠 모델의 감수성을 최대한 끌어올린다. 그다음 회화로 덧칠하면 작품이 완성된다. 이러한 작업을 거치다 보니 작품이 관람객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 우선, 작품을 보고 있으면 모델의 표정이 저마다 사연 있어 보인다. 여기에 상당수의 작품 배경이 비현실적이다. 심지어 프레임마저 아주 초반에 작업한 작품을 제외하고는 평범한 것이 없다. 어떤 작품의 프레임은 투명하다면 또 다른 작품은 사탕과 젤리 모형이 가득해 마치 ‘헨젤과 그레텔’에 나올 법하다. 사진 프레임 역시 피에르와 쥘이 한 땀 한 땀 장인 정신으로 제작한 것이다. 그러니 관람객은 작품 속 상황을 자연스레 상상하게 되고 문득 피에르와 쥘의 작업 방식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이렇게 모든 작품이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전시 도록에서 김연진 K현대미술관 대표는 “세트 배경을 만들고 촬영을 하고 그려서 프레임에 넣는 과정까지가 모두 하나의 작품이 된다. 그들이 말하는 아트워크(Art-Work)는 특정 프레임에 넣은 것만으로 해석되지 않는다. 작업의 마지막 단계는 이미지의 확장(Extension of the Image)인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미지의 확장이 그러한 점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CANDY PARADISE, 2015 (출처 K현대미술관)
〈CANDY PARADISE〉, 2015 (출처 K현대미술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불변의 모든 감정과 인류애

그렇다면 피에르와 쥘은 작품을 통해 궁극적으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일까? 피에르와 쥘은 현실과 판타지, 사진과 회화, 여성과 남성 등 이분법적인 사고로 세상을 바라보지 않는다. 그 대신 인종, 종교, 성별, 사회, 환경, 신화 등 모든 분야를 관용하는 태도로 받아들인다. 바꿔 말하자면 인류애를 표현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또, 작품에 시간과 공간적 제약 역시 두지 않는다. 미술관 측은 이들이 모든 감정에 근원이 되는 사랑과 죽음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때 사랑과 죽음은 이분법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그 사이의 여러 감정을 총망라한다. 현재는 환경 오염과 관련된 주제로 영역을 확대할 것이라고 한다.

 

K현대미술관 측에서 제작한 작품. 밖에서 관람하도록 되어 있다.
K현대미술관 측에서 제작한 작품. 밖에서 관람하도록 되어 있다.

 

작품 취지를 살린 다양한 체험 존

<피에르앤쥘보헤미안展>은 K현대미술관에서 3월 17일까지 진행된다. 미술관을 직접 가 본 독자라면 알겠지만 전시관 규모가 작은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층에서 전시가 진행되고 있는데, 전시된 작품이 총 211점이기 때문이다. K현대미술관이 이번 전시에 많은 공을 들였다는 것은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본 전시는 2층과 3층에서 진행되는데, 그 사이에는 전시 포토 존을 설치했다. 음식으로 따지자면 에피타이저와 같은 공간이었다. 에피타이저로 입맛을 돋우는 것처럼 포토 존으로 본 전시를 실감나게 한다. 포토 존은 2~3층 전시실 내 곳곳에 있었다. 특히, 피에르와 쥘처럼 작업해 볼 수 있도록 마련한 공간이 관람객들의 흥미를 가장 많이 끌었다. 또한 작품이 전시된 벽을 작품과 잘 어우러지도록 하여 이미지의 확장성을 넓혔으며 생각지 못한 곳에 마련된 작품들도 있었다. 다만, 밝은 작품은 더욱 밝게 하고 어두운 작품은 좀 더 어둡게 표현하는 것이 좋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기존 틀을 깨 새로움을 경험하고 싶다면 한 번 들러 보기를 권한다. 작품 설명은 매주 목요일에서 일요일 오후 3시와 5시에 진행되니 방문 전에 참고하기 바란다.

 

(출처 K현대미술관)
(출처 K현대미술관)

 

 

K현대미술관 전시실 내부
K현대미술관 전시실 내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