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의 모든 기억을 이곳에 남기다 국립 김해 박물관
가야의 모든 기억을 이곳에 남기다 국립 김해 박물관
  • 송영대 기자
  • 승인 2019.05.23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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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 김해 박물관 전경 (출처 국립 김해 박물관)
국립 김해 박물관 전경 (출처 국립 김해 박물관)

 

한국사에서 ‘가야’라는 국가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 한국 고대에 해당되는 삼국 시대의 일원 중 하나였지만, 삼국 시대라는 이름을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주요 국가로 취급되지 않는다. 신라의 삼국 통일 이전에 멸망되었기 때문이다.

 

가야란 어떤 나라인가?

가야의 역사적 의의를 주목하여, 일부에서는 삼국 시대라고 부르지 말고 사국 시대로 불러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었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가야를 고구려, 백제, 신라와 마찬가지로 하나의 국가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 있다. 또한 그렇게 되면, 고구려 북쪽에 있었던 부여의 존재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반론도 있다. 때문에 현재는 사국 시대가 아닌 삼국 시대로 그대로 쓰이고 있다. 아울러 ‘가야’가 아닌, 가야가 있었을 당시 중국과 일본의 역사책에 기록된 대로 ‘가라’(加羅)라는 명칭을 써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가야를 대표하는 지역은 경상남도 김해시와 경상북도 고령군이다. 이 중에서도 김해에는 금관가야가 있었다. 우리가 잘 아는 김수로왕이나 김유신 등이 금관가야 출신이었다. 김해에는 수로왕릉을 비롯하여 수로왕비릉, 구지봉, 봉황동 유적, 대성동 고분군 등 금관가야와 관련된 수많은 문화재가 여러 곳에 분포되어 있다.

가야의 영역은 김해 지역 외에 지금의 경상남도 남서부 일대를 비롯하여 경상북도 남부까지도 포함된다. 지리적으로는 낙동강 중하류의 서쪽에 해당되는데, 최근에는 전라북도 일대에서도 가야의 세력이 확인되어 주목받고 있다.

가야 지역에서는 수많은 발굴 조사가 이루어졌다. 발굴 조사를 통해 밝혀진 유적들은 현장에 그대로 보존되어 산성이나 고분군과 같은 문화재로 남아있다. 유적지에서 출토된 유물들은 과학적인 방법으로 보존되고 일반인들에게 전시되는데, 현재 그 역할을 국립 김해 박물관에서 하고 있다.

국립 김해 박물관은 1998년에 설립되어, 개관된 지 20년이 되었다. 이 때문에 지난 7월 17일부터 10월 중순까지 개관 20주년 특별전인 <김해전>을 개최하였다. 평상시 특별전의 2배 규모인 1,000여 점의 유물들이 전시되어, 김해의 역사와 문화를 한 자리에서 알 수 있었다.

국립 김해 박물관은 가야 지역에서 발견된 여러 유물을 전시하여 가야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국립 김해 박물관은 마치 달팽이를 옆으로 눕힌 것처럼 둥그런 구조를 하고 있다. 입구와 출구를 따로 만들어서 입구부터 체계적으로 전시관들을 둘러볼 수 있도록 하였다.

회색 벽돌에 감싸진 국립 김해 박물관 입구로 들어서면 넓은 라운지가 나오며 전시실로 들어가도록 안내되어 있다. 전시실은 크게 1층과 2층으로 구분된다. 1층은 ‘가야로 가는 길’이라는 주제로, 세부적으로는 ‘낙동강 하류역의 선사 문화’, ‘가야의 여명’, ‘가야의 성립과 발전’으로 구성되었다. 즉 1층은 신석기 시대부터 삼한 시대에 이르는 기간에 걸쳐 가야라는 국가가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2층은 ‘가야와 가야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세부적으로는 ‘가야 사람들의 삶’, ‘부드럽고 아름다운 가야 토기’, ‘철의 왕국 가야’, ‘해상 왕국, 가야’로 구분되었다. 2층은 여러 유물들을 통해 가야의 역사와 문화가 어떻게 나타나고 전개되었는지 알려준다.

 

가야로 가는 길

‘낙동강 하류역의 선사 문화’에서는 후기 구석기 시대부터 청동기 시대까지를 주요 대상으로 다루었다. 선사 시대의 다양한 문화재를 전시하여 당시 사람들이 이 지역에서 어떻게 살았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대표적인 유물로는 창녕 비봉리 유적에서 출토된 신석기 시대의 배가 있다. 유적에서 출토된 유물은 배의 가운데 일부분일 뿐이지만, 이를 토대로 당시 배의 모습을 추정하여 복원하였다.

‘가야의 여명’에서는 초기 철기 시대와 원삼국 시대의 유물들이 주로 전시되었다. 이때는 삼한이 형성된 시기이며, 삼한은 각각 마한, 진한, 변한(혹은 변진)으로 구분한다. 이 국가들은 모두 소국들이 연합하여 형성된 국가이며, 이후 시대가 지나면서 백제, 신라, 가야로 대체되었다. 이 전시실에서는 변한의 유물들을 주로 전시하였다.

다음의 전시관은 ‘가야의 성립과 발전’이라는 주제를 다루었다. 변한 12국에서 6가야로 변화하게 되었다는 내용을 안내판에 써놓았는데, <삼국유사>에 따르면 6가야로는 성산가야·대가야·비화가야·아라가야·금관가야·소가야가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이 중에서도 4개의 가야, 즉 금관가야·대가야·아라가야·소가야를 가야의 주요 세력으로 보고 있다.

2층 계단으로 가는 길 중간에는 가야의 말과 무사가 마네킹으로 만들어져 전시되었다. 무사가 입고 있는 투구와 갑옷, 칼은 물론, 말에게 착용된 안장과 등자 등 모두 가야의 유물을 바탕으로 복원되었다.

 

창녕 비봉리 유적에서 출토된 배 복원품
창녕 비봉리 유적에서 출토된 배 복원품

 

 

 

 

 

 

 

 

 

 

 

 

2층 계단 중간의 가야 무사와 말
2층 계단 중간의 가야 무사와 말

 

 

 

 

 

 

 

 

 

 

 

 

가야와 가야 사람들

2층의 주제는 ‘가야와 가야 사람들’로 1층보다 가야 유물들을 다양하게 구분하여 전시하였다. ‘가야 사람들의 삶’을 다룬 전시실에 들어서면 오리 모양 토기가 여러 점 전시되어 있는데, 5마리의 오리가 한쪽을 바라보고 배치되어 있는 것이 마치 오리 가족의 나들이는 보는 듯하다. 납작한 부리가 오리를 연상시키나, 머리에는 닭 벼슬과 같은 장식이 달려 있다. 중국의 <삼국지> 중 ‘동이전’ 기록에 따르면 큰 새의 깃털을 제사에 사용하는데, 죽은 사람을 날아가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였다. 즉 새가 하늘과 땅을 이어준다고 생각되었던 것으로, 오리 모양 토기는 영혼을 전달하는 새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음으로는 ‘부드럽고 아름다운 가야 토기’라는 주제의 전시실이 마련되었다. 삼국 시대에는 국가별로 다양한 토기들이 확인되는데, 가야 토기는 각 지역별로 나름대로 지역성을 갖고 있으며 그 종류도 다양하다. 또한 상형 토기라고 하여 여러 모양의 토기들이 있다. 예를 들면 앞서 말한 오리 모양 외에, 집 모양이나 차바퀴 모양의 토기들도 있다. 이러한 토기들은 당시 가야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추측할 수 있게 해준다.

전시실 한쪽에는 VR 체험 코너도 마련되었다. VR 기어를 착용하면 360℃로 박물관 전시실이나 박물관 직원들의 근무 모습을 볼 수 있다. 박물관에서 유물을 어떻게 관리하고 어떻게 전시되는지를 알 수 있게 하며, VR 기어를 쓰지 않은 사람도 모니터를 통해 VR 기어 착용자가 보는 것을 함께 볼 수 있다.

 

가야 지역에서 출토된 각종 오리 모양 토기
가야 지역에서 출토된 각종 오리 모양 토기

 

 

 

 

 

 

 

 

 

 

 

 

 

창원 다호리 유적에서 출토된 집 모양 토기
창원 다호리 유적에서 출토된 집 모양 토기

 

 

 

 

 

 

 

 

 

 

 

 

 

 

이어지는 전시실은 ‘철의 왕국 가야’를 주제로 하였다. 전쟁에서 사용되는 무기들과 다양한 갑옷들이 함께 전시되었다. 가야 지역에서는 토기와 철기가 많이 발견되는데, 특히 철기들이 다양하게 발견되기 때문에 이를 강조하고 있다. 전시실에는 유적에서 출토된 갑옷과 이를 바탕으로 복원한 갑옷이 함께 전시되었다.

‘해상 왕국, 가야’는 국립 김해 박물관의 마지막 전시실이다. 이곳에 있는 유물들을 통해 가야가 주변국들과 활발하게 교류하였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일본과의 교류가 주목되는데, 가야에서 생산된 수많은 유물이 현재 일본 큐슈 지역에서 발견되며, 마찬가지로 일본 큐슈 지역에서 생산된 수많은 유물이 가야에서 발견된다. 이는 두 지역이 일찍부터 무역을 해왔다는 사실을 말해주며, 동시에 사람들도 많이 오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국립 김해 박물관을 모두 둘러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출구로 나가도록 길이 나 있다. 출구로 나가기 전에, 뮤지엄샵에서 국립 김해 박물관이나 문화재와 관련된 다양한 문화 상품과 도록 등을 구입할 수 있다.

 

김해 여래리 유적에서 출토된 갑옷 복원품
김해 여래리 유적에서 출토된 갑옷 복원품

 

국립 김해 박물관은 가야라는 테마에 맞춰 수많은 유물들을 전시하였다.

최근 들어 가야의 역사가 여러모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인식과는 달리 영호남을 아우르는 국가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지역주의의 통합이라는 상징물로 떠오를 수 있다는 견해가 제기되었다. 가야는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가 많고, 밝혀야 할 사실들이 많다. 현재까지 가야에 대해 밝혀진 사실들은 이곳 국립 김해 박물관에 모아놓고 있다. 가야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를 원한다면 국립 김해 박물관을 한번 둘러보기를 권한다.

 

멀리서 내려다본 국립 김해 박물관 (출처 국립 김해 박물관)
멀리서 내려다본 국립 김해 박물관 (출처 국립 김해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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