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상상 놀이터,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시간 여행
만화 상상 놀이터,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시간 여행
  • 석보경 기자
  • 승인 2019.07.22 1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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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만화에서 디지털 만화까지, 한국 만화 100년을 날다

 

한국만화박물관
한국만화박물관

 

70~80년에 태어난, 현재 3040세대들에게 한국 만화를 물어본다면? 십중팔구 <보물섬>과 <챔프> 등을 기억하고, 그 속에서 연재된 <드래곤볼>, <슬램덩크>, <아기공룡 둘리>, <공포의 외인구단>, <달려라 하니> 등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대중 매체가 다양한 요즘과는 달리, 남녀노소 불구하고 그 시대의 최고 인기는 단연 ‘만화’였다. 만화의 전성시대라 할 수 있을 만큼, 당시엔 유명 만화가의 유명 만화 작품들이 그 자체로 브랜드였다.

<공포의 외인구단>의 까치에 열광했고, <슬램덩크>의 강백호에 환호했다. 만화잡지인 <보물섬>, <챔프>, <르네상스>, <점프> 등엔 스포츠 만화, 한국형 순정 만화가 최고 인기를 누리며, 우리는 잡지가 발행되는 날을 매달 손꼽아 기다렸다. 물론 이 시기는 한국 만화 역사의 단편적인 부분이다. 근대적 만화의 시작인 1909년부터 디지털 만화가 등장한 2000년대까지, 한국 만화에 대한 추억을 저장한 한국만화박물관에서의 시간 여행을 떠나 보자.

 

한국만화박물관 입구의 조형물

 

한국만화박물관 입구의 조형물
한국만화박물관 입구의 조형물

 

1909∼1945년대 : 근대 만화의 시작과 일제 강점기 시대에서의 개화

3층에 위치한 상설전시관에는 한국 만화의 역사와 관련된 전시물이 시대별로 전시되어 있다. 가장 먼저 마주친 것은 1909년부터 1945년까지의 한국 ‘근대 만화’다. 근대 만화는 신문이라는 종이 매체와 함께 시작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대한민보>에 실린 이도영의 목판 인쇄 만화 <삽화>를 우리나라 만화의 시작으로 본다. 형식상으로 이와 유사한 형태들은 고려 시대의 불교 변상화나 조선 시대의 <삼강행실도> 등에서도 나타나나, 가장 대표적으로는 오늘날 4칸 만화 형식을 보여 주고 있는 <의우도>(작가미상, 1685)를 떠올릴 수 있다. 한편 우리나라 최초의 만화가 이도영은 일제의 주권 침탈 행위에 저항한 날카로운 풍자로 민족정신을 일깨우는 작품들을 발표했다. 1920년 <조선일보>, <동아일보>가 창간되는 등 다양한 신문들이 줄을 이었고, 풍자만화와 오락 만화가 발전하기 시작했으며, 독자투고 형식으로 날카로운 시사만화들이 발표되었다. 그러나 1930년대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조선 총독부는 한반도를 일본 침략 전쟁의 전초 기지로 만들고 모든 신문 및 잡지를 폐간시켰다. 이로 인해 연재만화들은 자취를 감추게 된다.

 

한국 근대 만화
한국 근대 만화

 

1945∼1959년대 : 광복 이후의 만화, 다양한 장르의 형성

1945년 8월 15일 해방과 함께 여러 매체가 복간, 창간되기 시작했다. 창작의 열기는 다양한 장르의 만화로 이어졌고 특히 시사만화, 어린이 만화가 인기를 끌었다. 1950년 6월 25일 한국 전쟁이 터지면서 어려움이 닥쳤지만, 피난지인 부산이나 대구에서는 얇은 두께의 만화가 출간되며 명맥을 이었다. 한편으론 전쟁의 이데올로기 홍보 수단인 삐라 제작에도 많이 활용되었다. 전쟁이 끝나고, 만화는 피폐해진 동심을 달래 주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어린이 만화 잡지 <만화세계>가 큰 인기를 끈 이후 <만화학생>, <7천국> 등이 창간되면서 만화 잡지 붐을 일으켰고, 신문사들이 연재만화를 싣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잡지를 통해 김종래, 박기당, 신동우 등 인기 작가가 탄생했고, <날쌘돌이>, <엄마 찾아 삼만리> 등의 장편 만화가 출간되어 인기를 끌었다. 이러한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1950년대 후반에 만화방이 생겼고, 이후 전국으로 확산되었다.

 

50년대 한국 만화
50년대 한국 만화

 

땡이네 만화 가게

 

1960∼1969년대 : 만화방의 확대와 불리한 시스템의 정착

상설전시관 한쪽에는 추억의 만화방, 골목 등을 재현하여 방문객들이 직접 그 시절을 추억해 볼 수 있는 공간이 조성되어 있다. 1950년대 후반 등장한 만화방은 60년대 들어 전국적으로 확대되었고, <라이파이>, <약동이와 영팔이>, <도전자> 같은 만화들이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 만화방을 통해 독자들은 김경언, 산호, 방영진, 오명천, 손의성, 박기정, 이범기, 엄희자, 최경 등의 인기 작가들의 작품을 맛보았다. 1960년대 중반에는 날마다 수백 개의 만화방이 생겨났고 하루에 50여 권씩 만화책이 쏟아져 나오기까지 했다. 1959년 전국 2000곳이던 만화방은 1960년대 말에는 9.5배인 1만 9000곳으로 늘었다. 특히 만화박물관 내 당시의 만화를 열람할 수 있는 공간인 추억의 만화방 ‘땡이네 만화 가게’ 코너를 재현하여, 관람객들을 향수에 젖어 들게 했다. 한편 1967년 중소 출판사들이 뭉쳐 ‘합동’이라는 이름으로 만화 출판과 유통을 독점하게 되었다. 더불어 정부의 사전 심의 제도는 한국 만화의 기반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땡이네 만화 가게
땡이네 만화 가게

 

1970∼1979년대 : 대중 잡지 흥행으로 만화 다양성 그리고 명랑·성인 만화의 번성

본격적인 산업 근대화 시대로 접어든 1970년대는 다양한 대중 잡지의 부흥을 만들어 냈다. 이러한 매체의 발달은 1960년대 만화방을 장악했던 합동 출판사의 한정된 공장 만화에서 벗어나 다양한 만화 장르가 탄생되는 계기를 제공했다. <선데이서울>(1969년 창간)과 <일간스포츠>(1972년 창간)에 연재된 성인 만화들은 산업 역군으로서 고된 노동에 지친 어른들의 휴식처가 되는 오락 문화가 되었고, <소년중앙>, <어깨동무>, <새소년>을 통해 다양한 명랑 만화가 창작되었다. 어린이 만화 작가로 길창덕, 신문수, 윤승운, 이정문, 이상무 등이 있고, 성인 만화 작가로 고우영, 강철수, 박수동 등이 있었다. 한편 1972년 <새소년>은 서점 판매를 겨냥한 대한민국 최초의 만화 시리즈 ‘클로버문고’를 기획, 출간했다. 이 클로버문고는 <유리의 성> 1권을 시작으로 1984년 <풍운아 초립동이>에 이르기까지 총 429권을 발간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70년대 한국 만화
70년대 한국 만화

 

1980∼1989년대 : 한국 만화의 황금기, 스포츠 만화·순정 만화 큰 인기

1980년대는 경제적으로는 고도성장을 이뤄냈으나, 정치 사회적으로는 크게 암울한 시기였다. 이런 양면성은 만화 문화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1982년 프로 야구 개막과 함께 이현세, 허영만, 박봉성 등의 스포츠 만화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김동화, 황미나, 신일숙, 김혜린 등 새로운 순정 만화 작가들이 등장하며 일본풍 순정 만화의 틀에서 벗어나 한국형 순정 만화를 확립해 가기 시작했다. 1982년에 창간된 <보물섬>은 김수정의 <아기공룡 둘리>, 이진주 <달려라 하니> 등의 인기 작품을 탄생시키면서 큰 인기를 끌어 이후 <만화광장>, <주간만화>, <르네상스>, <아이큐 점프> 등 만화 잡지의 창간 붐을 가져왔다.

한편 정부의 정치 탄압에 대항하여 민주화 운동이 크게 일어났으며 이에 관련한 사회 비판적 만화들이 쏟아져 나왔다. 박재동의 <한겨레 그림판>, 주완수의 <보통 고릴라> 등이 큰 호응을 받았다.

 

월간만화 〈보물섬〉
월간만화 〈보물섬〉

 

80년대 한국 만화
80년대 한국 만화

 

1990∼1999년대 : 만화 잡지 전성기 그리고 만화의 대중화

전반적으로 사회적 안정기로 접어든 1990년대의 만화계는 질적, 양적으로 급성장을 하게 된다. 특히 만화 잡지의 전성시대라 할 만큼 다양한 독자층을 위한 만화잡지들이 나오며 큰 인기를 끌었다. 아동을 겨냥한 <소년챔프>, <아이큐점프>, <팡팡>, 소녀를 겨냥한 <요요>, <미르>, <댕기>, <나나> 등이 있다. 또 청소년을 겨냥한 <영챔프>, <영점프>, <윙크>, 성인을 겨냥한 <투엔티세븐>, <빅점프>, <미스터 블루> 등도 있다.

한편 매스 미디어의 발전으로 만화는 드라마나 영화, 게임 등 대중문화 콘텐츠의 고부가 가치 소스로써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김진의 <바람의 나라>, 원수연의 <풀하우스>, 양영순의 <누들누드>, 배금택의 <영심이>, 허영만의 <비트> 등은 ‘한국 만화의 미디어 믹스 시대’를 마련한 대표적 작품들이다.

 

90년대 한국 만화
90년대 한국 만화

 

2000년 ∼ : 디지털 만화의 등장, 웹툰

4층 만화체험관 쪽으로 올라가면 웹툰 전시 존을 만날 수 있다.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까지 한국 만화는 온라인 공간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변화의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초기의 웹 만화 형식은 1990년대 말부터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작품은 주로 개인홈페이지나 온라인 카페 등을 통해 발표되었으며, 이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빠르게 유통되고 확장되었다. 본격적인 웹툰 시대로의 도입은 2003년 발표된 강풀 작가의 <순정만화>와 함께 시작된다. <순정만화>는 누계 6,000만 클릭을 돌파하며 본격적인 웹툰 시대의 서막을 알렸다. 한국의 웹툰 시장은 2000년대 중반을 지나며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만화 코너 등을 중심으로 더욱 성장하였다. 확대한 시장을 무대로 다양한 신인 작가들이 데뷔하여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켰고, 작품의 소재나 형식도 더욱 다양해졌다. 현재 웹툰은 한국 만화를 대표하는 가장 강력한 주류이며, 출판을 넘어 영상, 광고, 디자인, 캐릭터 등 2차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등 그 새로운 가능성을 높여 가고 있다.

 

4층 웹툰 코너
4층 웹툰 코너

 

만화, 등록 문화재가 되다!

한국 만화가 최초로 등록 문화재에 등재됐다. 등록 문화재는 보존 및 활용 가치가 큰 근대문화유산 중 문화재청이 지정하는 문화재다. 2013년 2월 문화재청에서 김용환의 <토끼와 원숭이>(1946) 단행본 1점, 김성환의 <고바우 영감>(1950) 원고 10,743점, 김종래의 <엄마 찾아 삼만리>(1958) 원고 443점을 각각 등록 문화재로 지정하였다. 국내에서 만화가 문화재로 등록된 것은 이 세 작품이 처음이다. 그리고 1년 뒤인 2014년에는 김용환의 <코주부 삼국지>가 등록 문화재로 추가 등재 되었다. <토끼와 원숭이>는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만화 단행본으로 일제 강점기의 모습을 풍자한 작품이며, <고바우 영감>은 1950년대부터 2000년까지 연재되어 국내 최장기간 신문에 연재된 만화로 날카로운 사회 비판과 풍자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엄마 찾아 삼만리>는 1958년 발표된 이후로 대중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베스트셀러 작품으로, 유려한 붓 선이 돋보이는 그림체와 흡인력 있는 이야기 전개가 특징이다. <코주부 삼국지>는 1952년 전쟁의 와중에서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창간한 잡지 <학원>에 실려 2년 반에 걸쳐 인기리에 연재됐다. 만화의 등록 문화재 등재는 만화가 독립된 예술 장르로서 시대를 반영하는 사료적 가치를 지녔음이 입증된 것이며, 보존하고 활용 및 연구할 문화재로 그 가치가 재평가된 것이다.

 

등록 문화재에 등재된 〈토끼와 거북이〉
등록 문화재에 등재된 〈토끼와 거북이〉

 

한국만화박물관은 사라져 가는 우리 만화 자료를 수집하고 보존해 만화의 문화 예술적 가치를 증대시키며 나아가 후손들에게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물려주고자 설립되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 및 연구를 통해 우리 만화의 가치를 더욱 높여 나가며, 만화를 보고, 즐기고, 배우는 교육 공간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한국만화박물관은 총 4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박물관에서 추천하는 관람 순서로 소개를 하자면 3층에 위치한 상설전시관은 한국 만화의 역사와 관련된 전시물을 시대별로 전시하고, 추억의 만화방, 골목 등을 재현하여 그 시절을 추억해 볼 수 있는 공간이며, 기획전시실은 다양한 주제의 만화 기획전시를 즐길 수 있다. 두 번째는 4층 만화체험관으로 스스로 만화가가 되어 보고 만화 속 주인공이 되어 볼 수 있는 체험형 공간으로 웹툰 전시존, 나도 만화가 체험존, 크로마키 체험(유료), 카툰갤러리 등이 있다.

세 번째는 2층에 위치한 만화도서관으로 31만 권의 국내외 만화 도서 및 관련 자료를 소장하여 국내 최대 규모의 만화 전문 도서관으로 알려졌다. 일반열람실(14세 이상), 아동열람실(초등학생 이하)에서 자유롭게 만화책을 읽고 즐길 수 있으며 영상열람실에서는 애니메이션 DVD 영상 자료를 시청할 수 있다.

 

4층 체험관
4층 체험관

 

2층 만화도서관
2층 만화도서관

 

2층 아동열람실
2층 아동열람실

 

마지막으로 1층으로 내려오면 상상놀이터 체험마당, 만화영화상영관 외 카페, 식사 공간의 부대시설 등이 있다. 상상놀이터에서는 현장에서 교구 구매 후 캐릭터 가면 만들기, 텀블러 만들기, 입체캔버스 그리기 등 다양한 상설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만화영화상영관은 애니메이션, 영화, 캐릭터 공연까지 다양한 영상과 공연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는 공간으로, 미리 상영 스케줄을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다.

만화란 무엇인가? 만화가들은 말한다. “내 머릿속의 오아시스다”(신일숙), “만화는 간식이다”(김동화), “만화는 어렵게 획득한 또 하나의 언어이다. 때문에 소중히 다루고 신중히 사용해야 한다”(강도하), “나에게 있어서 만화란? 즐거움이자 놀이다”(황미나), “만화는 우리 삶의 보약이다”(박기정), “만화는 우리의 일생을 즐겁게 해주는 활력소이다”(신문수)

 

한국 만화 100년을 날다
한국 만화 100년을 날다

 

필자에게 만화란 어린 시절 꿈과 희망을 주었다. 유일한 오락이었고 즐거움이었다. 성인이 된 후에도 지친 일상에 활력소 같은 그런 매력을 지닌 것이 만화다. 만화는 한국 근대 역사 속에서 시대적 소명에 부응했고, 현대로 넘어오면서 오락의 도구를 넘어 한국 문화의 한 장르로 인식되고 있다. 이제 한국 만화는 100년을 날았다. 지난 역사 속에서 굳건히 중심을 지켜 온 한국 만화가 자랑스럽다.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한국 만화가 지닌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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