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3대 대첩지, 사적 제56호 행주산성
임진왜란 3대 대첩지, 사적 제56호 행주산성
  • 박기범 기자
  • 승인 2019.08.0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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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 제56호 행주산성은 임진왜란 3대 대첩지로 꼽히는 행주 대첩이 있었던 역사적 장소다. 관광지는 아니지만 한강과 인접한 자연환경이 아름다워 나들이하기 좋은 요즘, 가족과 함께 찾는 사람들이 많다. 행주산성은 승리의 함성도 느끼고, 봄나들이도 즐길 수 있어 봄날에 딱 어울리는 문화 유적지다.

 

3만여 왜군을 물리친 행주 대첩

임진왜란 당시 권율 장군은 행주산성에 주둔하면서 2,300명의 정예 병사와 승병, 의병, 부녀자 등 3,000여 명을 지휘해 3만여 명의 왜군을 물리치는 대승을 거뒀다. 이 전투가 한산 대첩, 진주 대첩과 함께 임진왜란 3대 대첩으로 꼽히는 행주 대첩이다.

행주산성은 산 정상을 둘러싸고 있는 토성이며 정확한 축성 연대와 목적은 밝혀지지 않았다. 산성의 형식으로 미루어 삼국 시대 초기로 추정된다. 행주산성 매표소에 도착하자 무료 관람이라는 현수막이 보인다. 행주산성은 3·1 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를 맞아 6월 8일까지 한시적으로 무료 개방 중이다. 행주 대첩과 3·1 운동은 일본군을 물리치고 나라를 지켰다는 점에서도 공통점이 있지만, 실제로 1919년 3월 이곳에서 수백 명의 백성이 3·1 만세 운동을 벌였다. 나라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대대로 이어지고 있는 소중한 장소라는 것을 떠올리며 행주산성으로 들어섰다.

 

행주 대첩의 승장, 권율 장군

대첩문을 지나면 권율 장군의 동상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다. 권율 장군의 묘는 양주시 장흥면에 있지만, 행주산성을 이야기하면서 그를 빼놓을 수 없다. 임진왜란 중 승전보를 거듭하던 권율 장군은 한양을 회복하기 위해 1593년 음력 2월에 행주산성으로 진을 옮긴다. 3만여 명의 왜군이 인해 전술을 앞세워 공격했지만, 권율 장군의 지휘 아래 한마음으로 뭉친 병사와 승병, 의병, 부녀자 3,000여 명은 유리한 지형을 이용해 대승을 거뒀다. 권율 장군 동상은 5m 높이로 1986년에 건립됐으며 근대 조각가 김세중의 작품이다. 동상 뒤편에는 4폭의 부조가 있는데, 행주 대첩 당시 치열한 항전을 펼친 관군과 의병, 승병, 여성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관군은 권율 장군의 지휘 아래 활과 차포를 쏘며 왜군을 물리쳤고, 민간인으로 구성된 의병은 무장이 관군에 비해 약했지만, 칼과 도끼를 들고도 적극적으로 전투에 임했다. 의병들은 전라도 출신이 많았는데, 권율 장군이 전라도 관찰사를 지낼 때부터 따라온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승려들로 구성된 승병은 행주산성 서북쪽의 자성에 진지를 마련하고 왜군을 맞았다. 승병들은 왜군의 공격으로 진지가 위태로울 때도 육박전을 마다하지 않고 맞섰다. 여성들은 전쟁이 계속되면서 군사들이 이용하던 돌마저 떨어지자 치마로 돌을 나르며 강한 호국 의지를 보였다.

 

충장사와 대첩 기념관

권율 장군의 동상을 지나 길을 오르면 쉼터와 사진 전시대 등이 나타난다. 사진 전시대에서는 행주산성의 사계절 모습과 멋진 풍경을 담은 사진들을 볼 수 있다. 다시 길을 오르면 충장사를 만난다. 이곳은 권율 장군의 영정을 모시는 사당으로 1970년에 건립됐다. 해마다 행주 대첩이 열린 3월 14일이 되면 이곳에서 권율 장군과 행주 대첩을 기리는 행사가 열린다.

 

권율 장군의 사당을 모시는 충장사
권율 장군의 사당을 모시는 충장사

 

권율 장군 영정
권율 장군 영정

 

영정 속 권율 장군은 매서운 눈빛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3만여 대군을 물리친 장수의 위풍당당한 기세가 느껴진다. 충장사는 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옆 아담한 곳에 마련되어 있다. 볕이 잘 들고 아늑해서 전쟁을 승리로 이끌며 나라를 지킨 권율 장군이 편안하게 쉴 수 있을 것 같다.

 

행주 대첩 관련 유물을 전시하는 대첩 기념관
행주 대첩 관련 유물을 전시하는 대첩 기념관

 

충장사에서 조금 더 오르면 대첩 기념관이 나온다. 행주 대첩을 담은 기록화와 당시에 사용된 무기, 대첩 비문 탁본, 산성에서 발견된 유물, 권율 장군 친필 등이 전시되어 있다.

 

행주대첩비에서 내려다본 전망
행주대첩비에서 내려다본 전망

 

치열한 전투의 상징, 행주대첩비

산 정상에 있는 행주대첩비를 보기 위해서는 조금 더 올라야 한다. 대첩 기념관을 지나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오르면 산 정상에 도착한다. 이곳에는 행주대첩비와 신 행주대첩비, 덕양정, 충의정이 있다. 정상에서는 한강을 끼고 서울, 김포, 고양시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어 휴식처로도 인기다.

 

행주대첩비
행주대첩비

 

행주산성에는 2개의 행주대첩비가 있다. 대첩비각 안에 있는 비는 권율 장군이 세상을 떠난 뒤 1602년에 부하 장수들이 세운 것으로 경기도 문화재 제74호다. 조선 최고의 문장가로 꼽히는 최립의 문장과 명필 한석봉의 글씨로 행주 대첩의 승전 과정이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는 마모가 심해 내용을 식별하기 어렵다.

 

행주산성 정화 사업 당시 세워진 신 행주대첩비
행주산성 정화 사업 당시 세워진 신 행주대첩비

 

또 하나의 대첩비인 신 행주대첩비는 1970년 행주산성 정화 사업 때 건립한 것으로 15.2m 높이의 석탑이다.

행주대첩비 옆 충의정은 임진왜란과 행주 대첩 승리에 대한 영상물이 상영되는 곳이며 덕양정은 1970년에 건립한 정자로 주변 경치를 즐기려는 사람들의 쉼터가 되고 있다.

 

임진왜란과 행주 대첩에 대한 영상물을 상영하는 충의정
임진왜란과 행주 대첩에 대한 영상물을 상영하는 충의정

 

희생으로 지켜 낸 평화

행주대첩비 앞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니 ‘아름답다’ 외에는 떠오르는 단어가 없을 정도로 주변 풍경이 장관이다.

미세 먼지가 조금 말썽을 부린 날이었지만, 유유히 흐르는 한강과 그 주변으로 펼쳐진 시가지의 모습은 평화롭기만 했다. 행주 대첩에 대해 모르고 이곳을 찾았다면 수백 년 전에 이곳에서 치열한 전투가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어렵게 지켜 낸 평화가 한강처럼 오래 유지되기를 바라며 행주산성을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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