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랗고 붉은, 봄날의 꽃
노랗고 붉은, 봄날의 꽃
  • 조수연 기자
  • 승인 2019.08.02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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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동백꽃

 

봄은 단연 꽃의 계절이다. 꽃은 다채로운 빛을 띠면서 잔잔하거나 소담스러운 모양으로 피어난다. 꽃은 아름다움의 대명사이자 행복과 사랑을 염원하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따뜻한 봄날에 피어나는 꽃의 특징과 유래를 알고 꽃을 바라보자. 바쁜 일상에서 생기 있는 휴식 시간이 될 것이다.

 

개나리꽃
개나리꽃

 

봄날의 노란 꽃

봄소식은 노란 꽃과 함께 온다. 봄의 전령사로는 흔히 개나리를 꼽는다. 높이가 3m인 개나리는 5~6mm 정도의 작은 꽃을 피운다. 통꽃이며 꽃의 중간부터 넷으로 꽃잎이 갈라진다. 수술은 2개이고 암술은 1개이다. 꽃받침은 녹색이며 꽃과 마찬가지로 꽃받침도 넷으로 갈라지고 꽃자루는 짧다. 잎은 타원형으로 잎 앞면에서 윤기가 난다. 가지는 길게 뻗어 끝이 아래로 휘어진다. 잔가지는 처음에는 녹색이었다가 점차 회갈색이 된다.

개나리꽃에 대한 여러 설화가 전해진다. 어느 부잣집에 스님이 시주를 청하러 갔더니 부자는 ‘우리 집에는 개똥도 없다’며 스님을 박대했다. 하지만 이웃집의 가난한 사람은 정성껏 시주를 했다. 스님은 가난한 사람에게 짚으로 소쿠리 하나를 만들어 주고는 떠났다. 그 후 소쿠리 속에서 쌀이 끝없이 나와 가난한 사람은 부자가 되었다. 스님을 박대했던 부자가 이 소식을 듣고 몹시 샘을 냈다. 다음 해가 되어 스님이 또 시주를 청하러 왔다. 부자는 자신도 쌀이 나오는 소쿠리를 받길 바라며 이번에는 시주를 했다. 스님은 부자에게도 소쿠리 하나를 만들어 주고는 사라졌다. 부자가 소쿠리를 받아 보니 그 속에는 쌀 대신 개똥이 들어 있었다. 부자가 놀라 소쿠리를 울타리 밑에 묻어 두었는데 그곳에서 개나리꽃이 피어났다고 한다.

개나리꽃의 또 다른 유래로는 새를 좋아하는 공주 이야기가 있다. 공주는 아름답고 희귀한 새를 모으며 온 궁전을 황금 새장으로 가득 채웠다. 공주에게 새를 바치기 위해 백성들은 생업도 버리고 새를 잡았다. 어느 날 한 노인이 독특한 새 한 마리를 공주에게 가져왔다. 노인은 깃털이 화려하고 아름다운 이 새를 바치면서, 다른 새들을 풀어 달라고 하였다. 공주는 독특한 새가 마음에 들어 노인의 청을 들어주었다. 공주는 노인이 준 새를 황금 새장에 넣어 두고 아끼며 좋아했다. 하지만 점점 새의 깃털이 빠지고 새의 빛깔이 까맣게 변해갔다. 노인이 까마귀를 다른 새들의 깃털로 꾸며서 공주를 속인 것이었다. 이에 분노한 공주는 화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그 후 황금 새장을 닮은 개나리꽃이 피었다는 이야기다. 욕심과 허영을 경계하는 위의 두 유래와는 달리 개나리꽃의 꽃말은 희망과 기대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인 봄에 어울리는 꽃말이다.

개나리꽃만큼이나 노랗게 피는 꽃이 있다. 관상용으로도 많이 심는 산수유꽃이다. 산수유는 줄기가 거칠며 껍질이 벗겨져 일어나기도 한다. 산수유꽃은 잎자루가 길어서 마치 가지에서부터 꽃이 떨어져서 피어난 듯 보인다. 한 가지에서 20~30여 개의 꽃이 피어난다. 잎은 줄기에 마주나고 길이 4~12cm 정도의 긴 타원형 모양이다. 잎 앞면은 녹색이며 잎의 뒷면은 연한 녹색이거나 흰빛을 띤다.

 

산수유꽃
산수유꽃

 

산수유 군락지로는 전남 구례군 산동면이 유명하다. 약 1000년 전 중국 산둥성(山東省)의 한 여인이 구례로 시집을 올 때 산수유를 가져와 처음 심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구례의 산동이라는 지명도 중국 산둥성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전남 구례뿐 아니라 경북 의성, 경기 이천도 산수유가 많아 해마다 봄이 되면 여행객들로 북적인다. 약용으로도 알려진 산수유 열매는 빨갛고 길쭉한 모습이다. 9월에 익는 산수유 열매가 봄에도 떨어지지 않고 남아서 마른 채로 가지에 달려 있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효녀가 병든 아버지를 위해 기도를 드리다가 신령님께 산수유 열매를 얻어 아버지의 병을 낫게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김종길 작가의 시 <성탄제>에는 아픔을 견디고 있는 어린 화자를 위해 아버지가 붉은 산수유 열매를 따온다. 산수유 열매는 오늘날에도 한방에서 약재로 쓰인다.

산에는 산수유꽃과 비슷한 노란 생강나무 꽃이 피며, 길에서도 노란 민들레, 애기똥풀, 유채꽃을 볼 수 있다. 꽃에 얽힌 이야기가 무엇이든 노란 꽃은 색깔 특유의 생기발랄함을 전한다. 작은 꽃에서 희망과 기대를 읽으며 사람들은 일상을 버티는 힘을 얻는다.

 

봄날의 붉은 꽃

작약과 식물인 모란은 꽃송이가 크고 화려하여 꽃 중의 왕이라고도 부른다. 설총이 신문왕에게 들려준 <화왕계> 이야기에서도 모란은 꽃의 왕이다. 모란은 높이가 2m로 가지는 굵고 잎은 3겹으로 되어 있다. 불규칙한 모양의 꽃잎이 8개 이상 피어나며 꽃송이는 지름 15cm가 넘는다. 풍성한 모양과 함께 부귀를 뜻하는 꽃말 때문에 민화의 소재로도 자주 쓰인다.

모란과 관련해 선덕 여왕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당나라 태종이 선덕 여왕에게 꽃씨와 함께 그림을 보냈다. 붉은빛과 흰빛의 모란 그림이었다. 그림을 보고 선덕 여왕은 꽃씨를 심으면 피어날 꽃이 아름다우나 향기가 없을 것이라 말했다. 실제로 꽃씨를 심어 모란이 피었을 때 향기가 없었다고 한다. 선덕 여왕이 향기가 없다고 예상했던 것은 그림 속에 나비가 없었기 때문이다.

 

모란
모란

 

중국에서는 부귀에 대한 염원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모란만 그리기도 했다. 나비는 80세 노인을 의미하고 모란은 부귀를 의미하기 때문에 나비와 모란을 함께 그리면 80세까지 부귀를 누리라는 뜻이 된다. 영원히 부귀를 누리길 바라는 의미로 나비를 그리지 않았다. 또한 모란의 품종을 개량하면서 향기가 덜한 모란도 있었을 것이다.

동백꽃 또한 꽃송이가 소담스럽다. 선명한 붉은색이 대부분이지만 흰 동백꽃도 있다. 동백꽃은 봄 동안 지속적으로 피고 진다. 동백나무의 가지는 회백색이며 잎은 가장자리에 자잘한 톱니가 있는 타원형이다. 꽃잎은 5~7개가 밑에서부터 합쳐졌다가 퍼지고 꽃자루가 없다. 암술대는 3개로 갈라지고 수술은 꽃잎에 붙어 있어서 꽃잎이 떨어질 때 함께 떨어진다. 열매는 3~4cm의 둥근 모양이며 열매에는 검은 갈색의 종자가 들어 있다. 이 종자에서 기름을 짠다. 옛날에는 동백기름으로 머리를 단장했으며 지금도 동백기름은 화장품의 재료로 쓰인다.

 

동백꽃
동백꽃

 

동백꽃에 전하는 이야기는 슬프다. 어느 섬마을에 금슬이 좋은 부부가 살고 있었다. 남편은 돈을 벌기 위해 육지로 떠나고 아내는 매일 바다를 바라보며 남편을 기다렸다. 돌아온다는 날짜가 지나도 남편을 태운 배가 오지 않았다. 해가 바뀌도록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아내는 기다림에 지쳐 병에 걸리고 만다. 마을 사람들의 보살핌에도 아내는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는데, 남편이 돌아오는 배가 보이는 곳에 묻어 달라는 말을 남긴다. 마을 사람들이 아내를 가엽게 여기며 바닷가에 묻어 주었다. 장례를 치르고 오니 아내의 집 앞 후박나무에 흑비둘기 떼가 와서 ‘열흘만 더 기다리지, 넉넉잡아서. 열흘만 더 일찍 오지, 넉넉잡아서’하면서 울고 있었다.

열흘 후 남편이 돌아왔다. 아내의 죽음을 알게 된 남편은 아내의 무덤을 보며 서럽게 통곡했다. 그 후 남편은 매일 아내의 무덤에 와서 울다가 돌아갔는데, 하루는 무덤 위에 작은 나무가 자라 있었다. 나뭇가지에는 빨간 꽃이 피었다. 꽃은 겨울에도 얼지 않았고, 꽃잎이 다 피기 전에 그대로 가지에서 떨어졌다. 이 꽃이 동백꽃이다. 아내가 남편을 그리워하던 마음이 담겨 있는 붉은 동백꽃의 꽃말은 기다림이다.

이상하게도 김유정 작가의 소설 <동백꽃>에는 동백꽃을 두고 ‘한창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이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를 낸다고 묘사했다. 동백꽃은 사계절 녹색인 잎과 대비되는 빨강이며 향기는 은은하고 미약하다.

소설 속 동백꽃은 생강나무 꽃을 말한다. 김유정 작가가 살았던 강원도 춘천 실레마을 근처 금병산에는 생강나무 꽃이 피었다. 생강나무 열매로 기름을 짜서 동백기름처럼 머리에 발랐기에 생강나무 꽃을 동백꽃이라고 불렀다.

꽃은 사랑의 의미를 담아 소중한 사람에게 건네기에 좋은 선물이다. 계절마다 자연이 주는 선물이기도 하다. 아직 장미꽃을 즐길 수 있는 봄이 남아 있다. 5월에 시작한 전국의 장미 축제도 진행 중이다. 꽃과 함께 계절감을 느끼면 더욱 생기 있는 일상이 될 것이다. 곧 피어날 여름의 수국과 연꽃을 기다리면서 또 다음 계절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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