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 미술의 세계적 위상, 하회탈
가면 미술의 세계적 위상, 하회탈
  • 권민정 기자
  • 승인 2019.08.0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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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툭한 코에 툭 튀어나온 광대뼈, 인자한 표정으로 파안대소하고 있는 얼굴. 이처럼 한국적인 얼굴을 가장 잘 드러낸 주인공은 우리의 전통 가면 ‘하회탈’이다. 탈춤에 쓰이는 하회탈은 탈춤과 함께 우리 민족의 삶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 중 하나로, 800년 넘는 세월 동안 보존되며 현재까지도 자랑스럽게 살아 숨 쉬고 있다.

 

12세기경에 만들어졌다고 추정하는 하회탈이 발견된 것은 1964년. 그 후 탈놀이에 쓰이는 탈 중 가장 오래된 탈인 하회탈은 국보 제121호로 지정되어 현재까지 오래도록 보존되고 있다. 양반·선비·각시·중·백정·할미·이매·초랭이·부네로 구성된 인물 탈 9종과 동물을 형상화한 두 개의 주지탈을 포함하여 총 11종의 하회탈이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하회탈의 가장 큰 특징은 나무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신‘ 앙 가면’과 ‘예능 가면’, 이렇게 두 가지 기능으로 구분하여 각각 소재를 달리한 가면을 만들었다. 신을 모시듯 일정한 곳에 탈을 안치하다가 제사를 지내거나 악귀를 쫓을 때 얼굴에 쓰고 의식을 행하는 신앙 가면은 나무로, 대중을 상대로 공연을 펼칠 때 사용하는 예능 가면은 바가지나 종이로 제작하였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하회탈은 탈놀이에 쓰는 예능 가면임에도 나무로 만들어졌다.

그 이유는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설에서 추측해 볼 수 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12세기경 하회마을에는 자연 재앙이 자주 일어났다. 이를 모두가 안타까워하던 어느 날 마을에 살던 허 도령의 꿈에 신이 나타나 신탁을 내렸다. “탈을 만들어 탈춤을 추면 재앙이 물러날 것이다.” 단, 여기에는 금기가 있었다. 외부와의 만남을 차단하고 누구도 탈방을 보면 안 되는 것이었다. 계시를 받은 후 허 도령은 탈을 만들기 시작하지만 그를 연모하던 처녀가 탈방을 엿보는 바람에 금기가 깨어졌고, 허 도령은 피를 토하며 죽고 처녀 또한 숨을 끊게 되었다.

참고로 하회탈은 본디 인물 탈만 총 12종으로 전해지는데 한국에 전승된 것은 이 중 9종뿐이고, 허 도령의 죽음으로 턱이 채 완성되지 않은 12번째 하회탈이 바로 ‘이매탈’이라 한다. 어쨌든 이후 사람들은 마을에 재앙이 생기면 하회탈을 쓰고 탈춤을 추며 별신굿을 올렸다는 설이다. 이 별신굿은 ‘하회 별신굿 탈놀이’의 기원이 되었다.

 

하회 별신굿 탈놀이 상설 공연. 일단 공연이 시작되면 무대와 관객석의 경계는 사라지고 이내 관객은 공연에 빠져든다. (출처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 홈페이지)
하회 별신굿 탈놀이 상설 공연. 일단 공연이 시작되면 무대와 관객석의 경계는 사라지고 이내 관객은 공연에 빠져든다. (출처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 홈페이지)

 

탈놀이에 쓰이던 하회탈

하회 별신굿 탈놀이는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하회마을에서 전해 내려오는 것으로, 약 500년 전부터 음력 정초마다 마을 사람들의 무병과 안녕을 위해 마을의 서낭신에게 제사를 지내며 굿을 열 때 행하던 탈놀이다. 1928년까지 거행되었다고 하니 유래 깊은 가면극이라 할 수 있겠다. 하회 별신굿 탈놀이는 신을 즐겁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탈춤을 추는 신앙적인 행위였지만, 동시에 지배 계급의 어리석음과 가식 그리고 가장 이면에 숨겨진 부패한 의식이나 행실을 조롱하고 풍자하는 연극이기도 하였다. 내용에 따라 다양한 탈춤이 있는데 ‘양반·선비 마당’과 ‘파계승 마당’이 대표적이다.

‘양반·선비 마당’에서는 양반과 선비가 부네(‘과부탈’로도 불리며 흔히 과부, 기생, 첩 등의 신분을 맡음)를 차지하려다 서로의 신분과 학식 자랑을 하면서 싸움이 커진다. 하지만 결국 허위적인 신분과 얕은 지식을 드러내고 망신만 당하고 마는 내용이다. ‘파계승 마당’은 부네의 오줌 냄새에 욕정을 참지 못하고 부네와 어울려 춤을 추다 들키게 되는 중이 주인공이다. 이외에도 소를 잡아 염통과 불알을 파는 백정이 양반과 선비를 조롱하는 ‘백정 마당’도 있다. 어떻게 보면 하회 별신굿 탈놀이는 봉건 사회의 신분적 특징을 잘 드러내면서 당시 높은 계급의 허례허식을 해학이라는 기법으로 표현한, 그야말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한국의 풍자 문학이 아닐까 싶다.

하회 별신굿 탈놀이는 1973년 하회가면극연구회에서 복원되고 1980년 국가 지정 중요 무형 문화재 제69호로 지정된 후 하나의 관광 코스가 될 만큼 하회마을에서 꾸준히 열리고 있다. 하회탈이 발견되고 하회 별신굿 탈놀이가 보존되기까지의 시간을 대략 짐작하면 100년이 훌쩍 넘는다. 1900년대 초 일제의 침략과 1945년 해방, 그리고 다시 1950년 6·25 전쟁의 끊임없는 시련의 연속에도 끝까지 살아남아 오늘날까지 전승되고 있는 셈이다.

 

가면에 깃든 생명력

가면 미술의 극치라 할 수 있는 하회탈은 알면 알수록 신비롭다. 나무를 깎아 만든 인물 탈은 저마다의 표정이 생동감 있게 살아 있는 듯 느껴지기 때문이다. 공연하는 광대의 몸짓과 움직임 그리고 연극의 상황에 따라 표정이 변한다. 일반적으로 가면의 성격은 정적인 하나의 상(相)인 데에 반해 하회탈은 근본적으로 동적인 성격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광대의 움직임을 통해 그 생동감이 더욱 극대화되는 이유는 하회탈의 제작 기법에서 기인한다. 하회탈은 턱을 따로 만들어 노끈을 달아 완성된다. 현재까지 전해지는 9종 중 여섯 탈의 턱이 분리된다. 이로 인해 탈을 쓴 광대가 말하는 것에 따라 탈의 형태도 변해 희로애락의 표정이 다양하게 드러난다. 여기에 광대뼈, 콧등, 눈썹, 이마, 눈가의 주름 등 탈을 이루는 풍부한 선들의 조화가 더해진다. 이러한 요소들이 움직이는 각도에 따라 표정이 달라지게 만드는 것이다.

그중 ‘양반탈’의 다양한 표정 변화가 단연 돋보인다. 양반탈을 쓴 광대가 고개를 젖히면 즐거운 표정이, 고개를 숙이면 화나고 슬픈 표정이 된다. 옛날 마을 사람들은 이를 두고 “탈은 신령스러워 탈 쓴 광대가 웃으면 탈도 따라 웃고, 탈 쓴 광대가 화를 내면 탈도 화를 낸다”고 했을 정도이다.

실제로 옛날 하회마을 사람들은 하회탈을 신령스러운 것으로 여기기도 했다. 앞서 말한 대로 탈을 굿을 열 때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궤 속에 넣어 보관하고 꺼낼 때나 다시 넣어 둘 때 궤 앞에 제물을 차려 놓고 제사를 올리는 등 사람들은 탈을 귀하게 다루었다. 여기에는 내 가족과 이웃 그리고 모든 마을 주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한마음 한뜻으로 기원하였던 우리 민족의 공동체 정신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유구한 역사를 잇는 사람들

현재는 한국 정통 공예품이자 한국을 알리는 대표적인 관광 상품 중 하나로 여겨지지만, 그 안에 담긴 역사와 의미를 미루어 볼 때 하회탈은 단순한 상품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그 가치를 이어 가고자 하는 움직임은 여러 지역에서 행해지고 있다.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되어 있는 안동 하회마을이 대표적이다. 탈춤을 비롯하여 하회탈에 담긴 우리 민족의 혼을 잇고자 하는 노력을 마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하회세계탈박물관을 들 수 있다. 1996년 국내 최초로 문을 연 이곳에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하회탈 원형을 그대로 복원한 탈은 물론 우리나라 탈 22종 300점과 해외 50개국의 탈 2,5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의 하회탈은 하회세계탈박물관 관장이자 40년 넘게 하회탈을 깎아 만들어 온 김동표 장인의 작품이다. 하회 별신굿 탈놀이 기능 보유자이기도 한 그는 하회마을에서 마을 장인(가면장)으로 지정된 인물이기도 하다.

김동표 장인이 만든 하회탈은 1999년 봄,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하회마을을 방문하였을 때 선물되었고 미국 백악관 요청에 의해 기증되기도 하였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 일본 등에서도 하회탈이 알려지면서 해외의 한국 탈 전시에 그가 만든 하회탈이 전시되기도 하였고, 외국 박물관에서도 하회탈을 구입해 갔다. 그는 어떤 마음으로 그 오랜 세월 동안 하회탈을 만들어 왔을까? 문화체육관광부 대표 블로그 ‘도란도란 문화놀이터’에 2018년 8월 31일 게재된 인터뷰 기사에서 그가 하회탈을 만들 때의 마음가짐을 살펴볼 수 있다.

 

“하회탈은 오랫동안 전승되어 온 우리나라 국보입니다. 우리나라의 문화재이기 때문에 제가 그것을 함부로 변형하거나 새로운 탈을 만들 수가 없습니다. 제가 탈을 잘못 만들면 진품을 오도하고 우리나라 문화재인 하회탈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더구나 제가 제작한 탈이 무형 문화재인 하회탈놀이에 사용되기도 하기 때문에 항상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장에서 상품을 찍어 내듯 만들어지는 하회탈과, 옛 민족의 혼을 생각하며 우리나라의 문화를 지킨다는 신념으로 누군가의 땀과 노력을 통해 만들어지는 하회탈은 분명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서울에서는 제대로 된 하회탈을 찾아볼 수 없는 걸까? 대답은 ‘찾을 수 있다’이다. 서울에서도 진짜배기 하회탈을 만날 수 있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48에 위치한 ‘탈방’이 바로 그곳이다. 이곳을 운영하는 장성암 대표는 1984년부터 현재까지 30년 넘게 하회탈을 만들어 왔다. 그의 스승은 위에서 언급한 김동표 장인으로, 탈 만드는 법을 전수받은 후부터 장성암 대표는 줄곧 인사동의 탈방에서 하회탈을 만들고 판매하고 있다.

백화점이나 공장에서 찍어 내는 관광 상품을 파는 가게에서 하회탈을 보는 것도, 책이나 TV에서 간접적으로 접하는 것도 좋지만 한 번쯤은 제대로 된 하회탈을 보는 것을 권한다. 그럴 듯한 가짜가 아닌 진짜배기를 볼 때 느껴지는 감정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까운 서울 인사동의 탈방부터 시작하는 건 어떨까. 배낭 하나를 메고 훌쩍 하회마을로 떠나 보는 것은 더더욱 좋은 일일 것이다.

 

하회탈 소개

양반탈

 

양반탈 조형적 면에서 볼 때 얼굴형에서부터 눈썹, 눈, 코, 볼, 입 등이 대단히 부드러운 선으로 묘사되어 있고 전체적으로 여유 있는 표정을 하고 있다.
양반탈 - 조형적 면에서 볼 때 얼굴형에서부터 눈썹, 눈, 코, 볼, 입 등이 대단히 부드러운 선으로 묘사되어 있고 전체적으로 여유 있는 표정을 하고 있다.

 

선비탈

 

선비탈 - 선비란 풍부한 학식을 바탕으로 대쪽 같은 지조와 세속에 타협하지 않는 고고한 성품을 지닌 학자다.
선비탈 - 선비란 풍부한 학식을 바탕으로 대쪽 같은 지조와 세속에 타협하지 않는 고고한 성품을 지닌 학자다.

 

백정탈

 

백정탈 - 원래는 ‘희광이’라 불렀다 한다. 희광이는 신분상 고려 때 사형을 집행하는 망나니였다.
백정탈 - 원래는 ‘희광이’라 불렀다 한다. 희광이는 신분상 고려 때 사형을 집행하는 망나니였다.

 

초랭이탈

 

초랭이탈 - 놀이에서 양반의 종의 신분으로 대체로 경망스럽다.
초랭이탈 - 놀이에서 양반의 종의 신분으로 대체로 경망스럽다.


중탈

 

중탈 - 놀이에서 파계승으로 등장한다. 절간에서 공부하는 수도승이 아니라 떠돌아다니는 떠돌이 중 또는 파계승이다.
중탈 - 놀이에서 파계승으로 등장한다. 절간에서 공부하는 수도승이 아니라 떠돌아다니는 떠돌이 중 또는 파계승이다.

 

할미탈

 

할미탈 - 놀이에서 가난하고 찌든 생활을 하면서 세상을 오래 산 노파로 등장한다. 할미 마당에서 할미는 베틀에 올라앉아 베를 짜면서 일평생 고달프게만 살아온 자신의 생에 대한 신세타령을 베틀가로 풀어낸다.
할미탈 - 놀이에서 가난하고 찌든 생활을 하면서 세상을 오래 산 노파로 등장한다. 할미 마당에서 할미는 베틀에 올라앉아 베를 짜면서 일평생 고달프게만 살아온 자신의 생에 대한 신세타령을 베틀가로 풀어낸다.

 

이매탈

이매탈 - 놀이에서 바보스러운 선비의 하인역으로 등장한다. 초랭이와 이매는 같은 하급 계층으로서 초랭이는 종이라 하고 이매는 하인이라 칭한다.
이매탈 - 놀이에서 바보스러운 선비의 하인역으로 등장한다. 초랭이와 이매는 같은 하급 계층으로서 초랭이는 종이라 하고 이매는 하인이라 칭한다.

 

부네탈

 

부네탈 - 전해져 오면서 일명 ‘과부탈’이라는 또 하나의 명칭이 붙어 있다. 신분은 과부, 기생 또는 양반이나 선비의 소첩 등으로 전해 온다.
부네탈 - 전해져 오면서 일명 ‘과부탈’이라는 또 하나의 명칭이 붙어 있다. 신분은 과부, 기생 또는 양반이나 선비의 소첩 등으로 전해 온다.

 

각시탈

 

각시탈 -  눈은 아래로 살포시 내려깔고 있으며 입은 힘을 주어 꾹 다물고 있다. 옛날의 각시는 ‘봉사 행세 3년, 벙어리 행세 3년, 귀머거리 행세 3년’이라는 말처럼 시집살이의 많은 어려 을 참고 살아야 하는데, 하회탈 가운데 다른 탈들은 모두 입이 열려 있는 데 반해 각시탈만은 입이 다물어져 있다.
각시탈 - 눈은 아래로 살포시 내려깔고 있으며 입은 힘을 주어 꾹 다물고 있다. 옛날의 각시는 ‘봉사 행세 3년, 벙어리 행세 3년, 귀머거리 행세 3년’이라는 말처럼 시집살이의 많은 어려 을 참고 살아야 하는데, 하회탈 가운데 다른 탈들은 모두 입이 열려 있는 데 반해 각시탈만은 입이 다물어져 있다.

 

※ 하회탈 소개 내용 출처 : 하회세계탈박물관 홈페이지

※ 기사에 게재된 탈 사진 속 소장품은 인사동 ‘탈방’ 장성암 대표의 작품입니다.

 

탈방

위치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48

운영 시간 매일 10:30~19:00

연락처 02-734-9289

 

하회세계탈박물관

위치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전서로 206 박물관

운영 시간 매일 09:30~18:00

연락처 054-853-2288

홈페이지 www.mas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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