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화(佛畵), 한국 불교의 정수
불화(佛畵), 한국 불교의 정수
  • 강태희 기자
  • 승인 2019.08.0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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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佛畵)는 그 자체가 종교적 신앙을 대표하는 예술 작품이라는 점에서 일반 예술과 구별된다. 이렇게 불교의 이념을 표현하고 있는 불화는 언제부터 시작된 것일까?

 

차희영 작가의 〈수월관음도〉 (출처 배흘림 불화공방)
차희영 작가의 〈수월관음도〉 (출처 배흘림 불화공방)

 

사실 정확한 연도를 알 수는 없지만 아마도 불교 성립과 비슷한 시기에 그려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로써는 초기 불화를 찾아볼 수 없으며, 경전에서만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지금의 불화와 비슷한 종류의 그림은 기원전 2~3세기 인도에서 발견되기도 하였다. 불화는 대개 절의 법당과 같은 곳에 위치한 신성한 그림으로 단청(丹靑)과 같이 절을 꾸미는 불교적인 목적으로도 그려진다.

 

배접 도구들 - 밀가루 풀, 물, 화선지, 붓
배접 도구들 - 밀가루 풀, 물, 화선지, 붓

 

불화는 종이 혹은 비단, 삼베와 같은 천에 안료와 염료를 아교에 녹여 색을 부착시키는 방법으로 그려진다. 전통 불화를 그리기 위해 붓의 운필(運筆)법과 안료의 농도 조절을 익히고 금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기까지는 고된 노력이 요구된다. 얇은 종이와 천에 그려진 불화는 유기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손상되기 쉬워 밀가루 풀을 사용하여 배접을 한 후 접착제인 아교를 물감에 푸는 방법으로 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지속적으로 손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불화는 100년에서 200년 주기로 수리된다. 예로부터 불화를 보존하고 지키기 위하여 한국, 중국, 일본 모두 제 나름대로의 복원 기법을 가지고 현재까지도 그 노력을 지속해 나가고 있다.

 

배접 과정 - 풀로 천 붙이기
배접 과정 - 풀로 천 붙이기

 

 

배접 과정 - 공기 빼기, 밀착시키기
배접 과정 - 공기 빼기, 밀착시키기

 

 

고려 불화

우리나라에는 고려 시대와 조선 시대 초기의 불화들이 남아 있다. 918~1392년 고려 때 그려진 아름다운 불화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며 부드럽고 우아한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 고려를 건국한 태조 왕건이 불교를 숭상하였으며, 국교로 삼고 왕족과 귀족들이 출가하는 등 고려 시대는 불교의 전성기였다. 특히 고려 중기는 불교의 르네상스라고도 볼 수 있는 시기였다. 현종(1009~1031) 대에는 성종 대 이후에 폐지되었던 불교 행사를 부활시키고 경전을 널리 편찬하였다. 화엄경, 금광명경, 묘법연화는 무려 6천여 권 이상 간행되었다.

 

사경화 (출처 배흘림 불화공방)
사경화 (출처 배흘림 불화공방)

 

현재 남아 있는 고려 회화는 대부분 후기의 작품들이며 당시의 권문세족들을 대표하는 만큼 귀족적인 미감을 보여 준다. 특히 고려 불화는 부드럽고 단아한 색채와 섬세한 구성을 가진 아름다운 불화로 손꼽힌다. 14세기에는 그 수준이 최고조에 올라 원나라에서 고려 불화의 아름다움을 극찬하였다고 한다.

 

수월관음도와 미륵하생경 변상도

고려 불화의 혼을 담은 대표적인 작품인 수월관음도는 고려 시대에 가장 많이 그려진 불화 도상이다. 당대의 높은 회화 수준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수월관음도는 선재동자(善財童子)가 53명의 스승을 찾아다니다 보타락가산에 머물고 있는 관세음보살을 만나 깨달음을 구하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그림의 중앙에 위치한 관세음보살은 바위 위에 반가좌를 하고 앉아 있으며, 선재동자(善財童子)는 그 앞에서 관세음보살을 바라보며 합장을 한 모습으로 자그마하게 그려져 있다. 관세음보살 옆에는 정병이 있으며 배경으로는 대나무 세 그루가 묘사된 것이 일반적이다.

이외에도 뛰어난 고려 시대의 불화로 손꼽히는 것이 미륵하생경 변상도(彌勒下生經變相圖)이다. 이는 미륵이 이 세상에 태어나 부처가 되어 많은 중생을 교화하는 것을 주제로 한 미륵하생경의 내용을 도상화한 것으로, ‘변상도’는 불교의 이념과 진리를 형상화한 그림이라는 뜻이다. 변상도는 경전의 내용을 베껴 쓴 다음 그 앞에 그림을 붙이는 식으로 고려 시대에 많이 제작되었다. 그림의 중앙에는 미륵불과 두 협시보살이 자리를 잡고 그 주위로 팔부중(八部衆)과 사천왕(四天王), 제석(帝釋), 범천(梵天) 등이 그들을 둘러싸고 있다. 1350년 작의 미륵하생경 변상도는 화가 회전(悔前)이 그린 그림으로, 당시 충정왕이 재위했던 시기의 고려 시대 불화 양식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이 그림 역시 우아한 미감으로 부드러운 색채와 장엄한 분위기를 뽐낸다.

 

백의관음도 (출처 배흘림 불화공방)
백의관음도 (출처 배흘림 불화공방)

 

 

석가 삼존과 16 나한 (출처 배흘림 불화공방)
석가 삼존과 16 나한 (출처 배흘림 불화공방)

 

조선 불화

불교가 국교로 성행했던 고려 때와는 달리 조선 시대는 불교를 탄압했던 유교 중심 국가였다. 그래도 조선의 특정 왕실 내부에서는 불교를 숭상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조선 전기의 불교 미술은 대부분 왕실의 주도하에 이루어졌다. 불교 미술은 고려 시대의 미감을 바탕으로 비슷하게 제작되었다. 조선 시대 초기에는 당시의 사회상이 불교 미술에 투영되기도 하였다.

조선 전기의 불화 양식들을 연구할 수 있는 작품이 현재 많이 남아 있지는 않다. 특히 15세기 전기의 불화는 찾아보기가 매우 힘들다. 15세기 후기에는 그나마 몇 개의 작품들이 남아 있어 이를 바탕으로 불화를 연구해야 하는 실정이다. 조선 후기에 이르러 억불 정책으로 수그러들었던 불교 세력은 이후 전쟁을 통해 나선 승군들의 구국 활동으로 잠시나마 활기를 띠게 된다. 또한, 당시 불교는 서민들의 불만과 사회적인 갈등을 잠재우는 역할을 하기도 하여 나름대로 그 세력을 지켜 내었다.

조선의 불화는 고려 시대의 불화보다 채도가 높고 선명한 것이 특징적이며 이 새로운 미감은 신선하고 파격적인 느낌을 가져다준다. 호화찬란한 채색과 밝은 느낌은 고려 시대의 중후한 불화와 비교해 볼 때 한눈에도 큰 차이를 보인다.

 

오늘날의 불화

불화는 서양화보다 제작하는 데 있어 매우 번거롭고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한다는 점에서 미술을 배우는 이들에게는 쉽게 손이 가지 않는 영역이다. 하지만 불화의 전통을 잇기 위해 현대에도 불화를 가르치는 공방들이 있다.

‘배흘림 불화공방’은 동국대학교에서 불교 미술을 전공한 차희영 불화 작가(단청 문화재 수리 기술자)의 공방으로, 우리나라에서 전통 불화를 계승하는 몇 안 되는 불화 공방 중 하나이다. 차희영 작가는 고려 불화의 차분하고 우아한 색감을 재현하며 아름다운 작품을 그려 낸다. 공방에서 눈길을 끄는, 고려 불화를 모티브로 한 <수월관음도>는 제33회 전승공예대전에서 그가 수상한 걸작이다. 이외에도 <십육나한도>와 <주악천인도> 등 불화 작품들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필자가 공방에서 작업 중인 동자 초
필자가 공방에서 작업 중인 동자 초

 

이 공방에서는 여타 공방에서는 배우기 힘든 아교포수와 배접을 직접 해 볼 수 있으며, 불화 제작의 기초부터 응용에 이르기까지 불화에 대한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 필자도 불화에 관심이 생겨 이곳을 찾아 불화 수업을 수강하고 있다. 직접 천을 배접하고 천에 초를 뜨고 분채를 갈아 붓으로 칠하는 일이 처음에는 매우 번거로웠다. 그러나 지금은 천천히 단계별로 그림을 완성해 나가는 불화의 독특한 매력에 빠져 매주 즐겁게 불화를 그리고 있다. 또 수업 중간중간 불교 미술 서적을 보며 고려 불화나 조선 불화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불화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찾아가 볼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우리나라 고유의 우아하고 아름다운 고려 불화와 다채로운 조선 불화의 미감을 계승하기 위해 앞으로 불화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배흘림 불화공방

위치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시민대로327번길 7 807호

연락처 0506-660-123

홈페이지 https://bhr.modo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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