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관심 생겼다는 칭찬 들으면 행복해”
“역사 관심 생겼다는 칭찬 들으면 행복해”
  • 박기범 기자
  • 승인 2019.08.02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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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문화 해설사 손은희

 

문화 해설사 손은희 씨
문화 해설사 손은희 씨

 

문화 해설사는 관람객들에게 문화재와 역사에 대한 정보를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사람들이다. 이 때문에 문화재 관람 시 문화 해설이 있는 시간에 방문하면 좋다. 창덕궁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문화 해설사로 활동 중인 손은희 씨는 좀 더 재미있는 해설을 위해 역사를 이야기로 풀어 사람들에게 알려 준다.

 

봉사 활동으로 출발

손은희 씨는 결혼 전 한 기업의 사보 팀에서 근무했다. 이야기를 만들고, 더 많은 사람이 공유할 수 있도록 재미있는 사보를 만드는 것이 그의 업무였다. 결혼 후 아이를 낳고 퇴사를 했지만, 이야기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그의 관심은 여전했다. 특히, 손 씨는 학창 시절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 친구들이 역사 공부를 어려워할 때 그는 연보와 사건 이름보다는 역사 속 이야기에 관심을 가졌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자 저만의 시간이 많아졌어요. 그러다 문화재 관련 봉사 단체에서 활동하게 됐어요.”

그는 문화유산에 대한 안내 자원봉사와 모니터링 활동을 하는 ‘한국의 재발견’이라는 단체에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2013년부터는 국립중앙박물관 문화 해설사로 매주 토요일마다 고려와 조선 시대 유물에 대한 해설을 담당하고 있다. 몇 해 전부터는 경기 의왕문화원 역사 강의도 담당하고 있으며 현재 방송통신대학원 문예창작콘텐츠학과에서 공부 중이다.

 

스토리로 풀어 가는 해설

역사와 문화재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 새로운 인생을 열어 준 것이다. 하지만 뒤늦게 공부를 하면서 문화 해설사로 활동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손은희 씨는 “학창 시절과 달리 이제는 역사를 숫자나 사건 중심으로 외우지 않아도 되잖아요. 스토리 중심으로 역사를 이해하니 재미있어요. 그리고 내가 열심히 배운 것을 더 많은 사람에게 해설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라고 말했다.

손 씨는 해설할 때 스토리와 인물의 삶에 중점을 둔다. 어려운 용어를 쓰기보다는 쉽게 풀어서 설명한다. 그러다 보니 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누군가는 그의 해설이 깊이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제 해설에 부족한 부분은 없는지 항상 점검합니다. 문화 해설사로서 깊이 있는 정보를 전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람객과 소통하면서 역사와 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해설하는 것이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도자기의 예술적 가치와 특성도 중요하지만 그 속에 담긴 시대상과 사람들의 삶을 보는 것도 중요하잖아요.”

 

해설에 부족한 부분은 없는지 항상 점검한다는 손은희 씨
해설에 부족한 부분은 없는지 항상 점검한다는 손은희 씨

 

 

손은희 씨는 자신의 해설로 역사에 관심이 생겼다는 말에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손은희 씨는 자신의 해설로 역사에 관심이 생겼다는 말에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공부한 것을 나누는 기쁨

“제 해설을 듣고 역사와 문화유산에 관심이 생겼다고 할 때가 가장 보람 있어요. 제가 열심히 공부한 것들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기쁨도 크고요. 그래서 문화 해설은 언제나 즐거운 것 같습니다.”

실제로 그의 해설에 담긴 스토리에 흥미를 느끼는 관람객도 많다. 그의 해설을 듣기 위해 자주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 같은 문화재에 대한 해설을 매번 듣는 이유가 궁금해서 인사를 건넸더니,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었다. 그는 손 씨의 해설이 단순한 정보 전달에 그치지 않고 이야기가 함께해 재미있다며 늘 듣게 된다고 말했다.

또 어느 날은 한 어머니가 다가와 손 씨의 해설을 듣고 아이가 역사에 관심이 많아졌다고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때로는 해설을 잘 들었다며 그의 손에 귤이나 간식을 쥐여 주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

 

손은희 씨가 관람객들에게 문화 해설을 하고 있다.
손은희 씨가 관람객들에게 문화 해설을 하고 있다.

 

문화 해설사는 ‘종합 예술인’

손은희 씨는 문화 해설사를 ‘종합 예술인’에 비유했다. 단순히 해설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다.

“문화 해설사는 마치 종합 예술인 같아요. 해설은 기본이고, 관람객들의 집중력을 유지하는 분위기까지 만들어야 해요. 관람객 중에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있기 때문에 해설의 눈높이 설정도 중요하죠. 해설 시간을 적절히 분배하고, 효율적인 동선을 구성해서 관람객들에게 쉴 틈도 주어야 해요.” 그래서 손 씨는 해설 중간에 질문도 많이 하고, 어린아이들을 관람 팀의 반장으로 뽑아서 관심을 유발한다.

손은희 씨는 대학원 공부 외에도 시간이 날 때마다 역사와 문화재 강의를 듣고, 현장에 방문해 다른 해설사의 해설을 듣는다. 그리고 자신의 해설을 녹음해서 들어보며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 점검한다. 늘 같은 해설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손 씨는 “좋은 해설을 위해서는 여러 분야에 해박해야 해요. 고궁을 소개하면서 인물과 역사뿐만 아니라 건축 양식에 관해서도 소개하면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갖거든요. 더구나 역사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재해석되고, 새로운 유물이 발견되면서 다시 쓰이기도 해서 끊임없이 공부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문화 해설 중인 손은희 씨의 모습
현장에서 문화 해설 중인 손은희 씨의 모습

 

역사와 문화유산을 공부하는 즐거움

문화 해설사로 즐겁게 활동 중인 손은희 씨에게 역사와 문화유산은 어떤 의미일까.

“그저 기와 파편이고 돌멩이였던 것들이 공부를 하고 나면 그 속에서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의 삶을 볼 수 있어요. 그들과 현대의 우리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때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깨닫게 돼요. 다른 분들도 이런 소중함을 느낄 수 있도록 앞으로도 열심히 해설할 생각입니다.”

손 씨는 특히 박물관에 전시된 수많은 문화재를 보면 가슴이 벅차다고 한다. 오랜 세월 잘 보존되어 우리 앞에 있는 것처럼 앞으로도 잘 보존해서 후손들에게 전해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역사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 손 씨의 시선이 문화 해설사 활동을 거쳐 이제는 문화유산 보존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많은 사람이 어린 시절에 ‘옛날이야기’를 좋아했다. 누구나 역사의 한 페이지에 관심이 있었던 셈이다. 우리 역사와 문화유산이 오래 보존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보관 창고의 적절한 온도와 습도가 아니라 ‘옛날이야기’를 좋아했던 관심일 것이다. 그러니 우리, 지금 다시 역사책을 펼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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