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추억을 숙성시키다, 청도 와인 터널 1〕
〔꿈과 추억을 숙성시키다, 청도 와인 터널 1〕
  • 편집부
  • 승인 2019.10.0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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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안에 청도 반시의 향을 머금는다. 감 특유의 뒤끝 없고 깔끔한 뒷맛이 혀를 사로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서리 맞은 청도 반시가 농축된 와인을 저장하고 보관하는 동안, 향에 이끌려 찾아온 사람들의 추억도 함께 진하게 숙성시킨다.

 

 

본격 여름이 시작되는 날씨. 길을 걷는 사람들의 손에는 휴대용 선풍기부터 물병, 음료수가 당연하다는 듯이 들려 있다. 갈증에 메마른 입안을 축이는 시원함은 비단 물이나 음료수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만 있을 것 같은 ‘와인’도 이제는 집 근처 편의점에서 구할 수 있을 만큼 접하기 쉬워졌다.

한국인의 입맛을 겨냥한 와인들이 여럿 출시되며 호감도는 더욱 상승하는 추세이다. 지금부터 소개할 청도 와인 터널에도 서리 맞은 달콤한 청도 반시로 만든 각양각색의 와인들이 줄지어 서 있다. 낮은 온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그 내부는 시원하다 못해 추울 정도이다. 모든 것이 싫증 날 만큼 지치고 무더운 여름, 이번 휴가는 계곡이나 산 대신 와인 터널로 색다른 피서를 떠나는 것은 어떠한가?

 

폐터널의 완벽한 변신

청도 와인 터널은 본래 ‘남성현 터널’이라는 이름을 가진 폐터널이었다. 이 터널은 일제가 한반도를 침탈하고 대륙 진출의 교두보를 구축하기 위한 욕심으로 제국주의 시절 지었다는 뼈아픈 역사가 있다. 경부선 철로로 1905년에 개통되었지만 급한 경사와 먼 운행 거리가 단점으로 작용해 직선 노선인 ‘남성현 상행선’이 새롭게 개통되며 사용이 중지되었다. 무려 2006년까지 버려졌지만, 청도 감와인 주식회사에서 와인 저장 창고와 더불어 복합적 문화 공간으로 재정비하여 지금까지 활발히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새롭게 재탄생할 수 있었던 데에는 110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내부 상태가 잘 보존되어 있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는 직육면체의 화강암과 붉은 벽돌을 3겹 아치형으로 건설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로 인해 연중 온도 14~16℃, 습도 60~70%를 유지할 수 있어 와인 숙성과 보관에서 최적의 시설을 갖출 수 있게 되었다. 청도 와인 터널은 전체 길이 1,015m에 폭 4.5m, 높이 5.3m를 자랑한다. 와인 터널 조성과 동시에 앞부분 200m를 개방하고 나머지는 저장 창고로 활용했다. 이후에는 와인 터널을 찾는 관광객들이 다수 늘어나 대부분을 모두 개방한 상태이다.

청도 와인 터널은 단순히 와인 터널의 역할을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철도 기술 연구에도 중요한 자료로 사용되고 있다. 이유는 ‘스위치백(Switch-back) 선로’ 때문인데, 이 스위치백 선로는 1900년대 당시 터널 공사용 자재를 운반하기 위해 임시로 부설한 선로의 흔적과 급경사 극복을 위한 철도 기술이다. 이처럼 청도 와인 터널은 폐터널을 재활용한 만큼 여러 곳에 도움을 주고 있다.

현재 청도 와인 터널은 15만 병가량의 와인을 저장 및 숙성하고 있으며, 시원한 곳에서 와인을 맛볼 수 있는 특징을 활용하여 청도군민은 물론 인근 대구 등의 주민에게도 여름 피서지로 주목받고 있다.

 

 

꿈과 와인이 결합한 새로운 체험을 경험하다

이름이 와인 터널인 만큼 즐길 수 있는 문화 체험도 모두 와인과 연결되어 있다. 평소에 해 보지 못했던 체험들을 한가득 만날 수 있어 색다른 추억을 쌓게 될 것이다.

청도 와인 터널에서 가장 유명한 체험 중 하나는 ‘꿈 그리기 체험’이다. 생각하고 상상만 했던 자신의 꿈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와인과 함께 와인 터널에 보관하면, 숙성되는 동안 원하던 꿈이 이루어지게 될 것이라는 소망을 담고 있다. 꿈을 적은 종이를 병에 넣고 코르크를 막은 뒤 캡슐을 씌운다. 라벨을 적어 붙이고 꿈 보관 대장까지 적은 후, 꿈 저장 랙에 보관하면 비로소 본인의 간절한 소망을 담은 나만의 와인 병이 완성된다.

더불어 직접 와인을 만들어 볼 수 있는데, 이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특별한 와인과 추억을 쌓을 수 있다. 병 세척을 거친 뒤 청도 와인에 직접 사용되는 청도 반시의 원액을 병에 넣고, 코르크 막기와 캡슐을 씌운 후 본인의 사진으로 라벨링 하여 붙이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와인이 탄생한다.

청도 와인 터널 내부에는 와인 시음대도 따로 마련되어 있다. 감 와인과 와인 터널에 대한 설명을 함께 들으며 시음을 할 수 있는데, 치즈 및 크래커 등 기본 안주도 함께 제공되어 여유로운 마음으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지정된 과수원 내에서는 과일 따기를 하며 수확의 기쁨과 즐거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감 따기 기구를 이용해 직접 감을 따고, 온 가족이 함께 모여서 과일의 향을 맡으며 돈독해지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손수 딴 감을 넣어 1인당 3kg씩 포장해 주기 때문에 여러모로 이득이 많은 행사 중 하나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모든 체험은 15인 이상 사전 예약 시에만 가능하며, 현장 접수는 불가능하다. 각 체험별로 드는 비용도 천차만별이니 꼭 유념하고 방문하도록 하자.

 

 

감 와인, 가장 한국적인 와인으로 거듭나다

청도는 납작하면서도 씨 없는 감, 즉 반시로 유명하다. 씨는 기름기와 독성이 함유되어 있어, 씨가 있는 감을 이용해 와인을 만들 때는 일일이 씨앗을 골라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 때문에 와인의 재료로 청도 반시를 사용하여 공정을 줄이고 특유의 높은 당도로 와인을 빚으면 매우 쉽다.

감 와인은 파쇄부터 착즙·발효·숙성·정밀 여과·제품 생산의 과정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2005년 부산 APEC 정상 회담 만찬주와 2008년 대통령 취임 건배주로 품질을 인정받은 내력이 있으며, 가족이나 친구 간의 선물로도 다수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청도 반시로 만든 감 와인 ‘감그린’은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의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어 그 인지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감에 포함된 풍부한 타닌은 레드 와인의 맛을 끄집어냈으며, 황금빛 색감과 산뜻한 맛은 화이트 와인의 특징을 잘 살려 주었다. 또한, 특유의 뒤끝 없고 깔끔한 맛으로 가장 한국적인 와인으로 조명받고 있다.

이러한 장점을 살려 감 와인은 당분이 농축된 ‘레귤러’, 쌉쌀한 끝맛이 인상적인 ‘스페셜’, 빙결 상태인 원료 감을 착즙·농축하여 저온 발효한 ‘아이스 와인’, 독특한 향과 유명 작가의 작품이 라벨로 디자인된 ‘아트 와인’ 등으로 제작되어 판매되고 있다.

이외에도 청도 특산물로 청도 반시와 반건시, 건조시킨 감 말랭이, 청도 반시를 이용한 감 초콜릿, 산뜻한 맛을 자랑하는 감식초, 아이스크림 대용으로 인기가 높은 아이스 홍시 등을 판매하며 특산물 홍보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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