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틋한 사랑의 징표, 칠월 칠석
애틋한 사랑의 징표, 칠월 칠석
  • 편집부
  • 승인 2019.10.02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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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8월, 하늘이 높고 푸른 날들에 밤이 찾아오면 큰 강을 연상시키는 은하수가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하다. 은하수를 사이에 둔 직녀성과 견우성이 유달리 반짝인다. 두 별은 마치 마주 보고 있는 것 같다. 마치 일 년에 한 번 만나는 애틋한 연인 같아 ‘견우와 직녀’ 설화의 모티브가 되는 이 현상, 다시 말해 은하수를 두고 두 별이 더욱 가까워지는 음력 7월 7일 칠석을 미리 알아보자.

 

 

 

 

견우와 직녀

옛날 어느 별에 하느님(天帝)의 손녀가 살고 있었다. 그녀는 길쌈을 잘하였기 때문에 직녀라고 불렸다. 하느님은 직녀가 결혼할 나이에 이르자 좋은 신랑감을 찾아 나섰다. 그때 은하수 건너편에 목동인 견우가 성실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둘을 혼인시켰다. 결혼한 견우와 직녀는 서로를 너무나도 사랑하였다. 매일매일 행복에 젖어 있던 그들은 천을 짜는 것도, 소를 방목하는 것도 잊은 채 놀기 바빴다.

그러나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하였다. 그들의 게으름을 본 하느님이 크게 노하여 은하수를 가운데 두고 둘이 다시 떨어져 살게 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해에 딱 한 번, 칠월 칠석에만 볼 수 있도록 하였다. 둘은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는 슬픔과 그리움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어느덧 일 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고 칠석이 되었다. 견우와 직녀는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겨우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애타게 불러도 은하수에 막힌 그들은 애틋한 포옹 한 번 할 수 없었다. 그들은 은하수를 건너기 위해 배와 다리를 찾아 헤맸지만 어디에도 건널 만한 도구가 보이지 않았다. 견우와 직녀는 보고도 만나지 못하는 슬픔에 눈물을 흘리며 오열하였다. 그들의 슬픔은 비가 되어 지상으로 떨어졌다.

그때 하늘을 날아다니며 즐겁게 놀고 있던 까마귀와 까치들은 영문을 알 수 없는 비가 내리자 원인을 찾아 나섰다. 그러다 안타까운 견우와 직녀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고 함께 하늘로 올라가서 은하수에 다리를 놓아 주었다. 이것이 바로 ‘오작교’이다. 덕분에 견우와 직녀는 오작교를 건너 상봉하였다. 쏟아지던 비가 멈추었고 날이 맑게 개었다.

어느덧 하루가 지나고 견우와 직녀는 다시 이별해야만 하였다. 슬픔에 찬 둘은 다시 눈물을 머금었고 그 눈물은 아침 이슬비로 지상에 내렸다. 그 후 칠석 하루 전에 내리는 비는 견우와 직녀가 만나서 흘리는 기쁨의 눈물이고, 이튿날 내리는 비는 헤어져서 내리는 슬픔의 눈물이라고 한다. 또한 칠석날에는 까마귀와 까치가 보이지 않으며, 어쩌다 보이는 것은 병이 들어 하늘로 올라갈 수 없는 것들이라고 한다. 또 돌아온 까마귀와 까치들은 이날 다리를 놓아 주느라 머리가 모두 벗어져 있다고 한다.

 

칠월 칠석의 역사

칠석 설화는 고대 중국에서 먼저 만들어져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설화의 발생 시기는 불확실하나 중국 후한(後漢) 때 조성된 효당산(孝堂山) 석실의 삼족오도(三足烏圖)에 직녀성과 견우성이 보이는 것으로 미루어, 전한(前漢) 이전으로 추측할 수 있다. 견우성과 직녀성이 일 년에 한 번씩 마주치게 되는 천문 현상을 오래전부터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설화를 비교적 이른 시기에 짜임새 있게 전한 것은 중국의 <제해기(薺諧記)>에서 발견된다.

우리나라 강서 덕흥리 고구려 고분 벽화에서 은하수 사이에 견우와 직녀의 그림이 발견된다. 벽화를 보면 견우와 직녀의 그림뿐만 아니라 북두칠성을 포함한 60여 개가 넘는 별자리가 그려져 있다. 칠석의 별자리는 견우와 직녀성 못지않게 북두칠성을 중시한다. 북두칠성은 수명신이어서 칠석 견우성에는 수명장수를 기원하며, 직녀성은 결교라 하여 바느질 솜씨를 기원하였다. 설화의 배경이 된 별은 독수리자리의 알타이르(Altair) 별과, 거문고자리의 베가(Vega) 별이다. 각각 은하수 동쪽과 서쪽에 위치하고 있다.

 

중국의 설화

중국의 설화는 우리나라와 차이점이 있다. 중국은 내용 앞부분에 <나무꾼과 선녀>가 결합되어 있다. 중국에서는 말하는 늙은 소가 견우에게 좋은 배필을 찾는 법을 알려 준다. 견우는 소의 말대로 목욕하는 직녀의 옷을 숨겨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게 한 뒤 결혼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중국은 칠석이 남녀 간의 정담이 담긴 명절인 까닭에 옛날부터 남녀 상사(相思)나 애정시, 설화도 칠석과 관련된 것이 상당히 많다.

주나라 왕자 교가 봉황곡을 울리며 신선이 되어 도사 부구공의 부인과 만났다는 날이 칠석이다. 또 양귀비의 혼이 재생하여 장생전에서 자나 깨나 그리워하던 당명황을 만나 “하늘에서는 원컨대 비익조(암수의 눈과 날개가 하나씩이라 짝을 짓지 않으면 날지 못한다는 전설의 새)가 되고 땅에서는 원컨대 연리지(한 나무의 가지가 다른 나무 가지와 맞닿아 결이 서로 통한 것)가 되자”고 하였다는 내용도 전해진다. 한편 우리나라 <춘향전>에서 춘향과 몽룡의 가약을 맺어 주던 광한루 다리의 이름이 ‘오작교’로,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다리와 같은 이름이다.

 

칠석의 풍습

칠석이면 서당의 훈장은 글을 배우는 아이들에게 견우와 직녀를 주제로 시를 짓게 하였다. 또한 책이나 장롱에 넣어 두었던 옷을 햇볕에 말리는 쇄서폭의(曬書曝衣)의 풍속이 있었는데, 여름 장마철에 옷과 책장에 습기가 차 곰팡이가 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하서집(河西集). 김인후(金麟厚)가 1528년(중종 23) 성균관 시험에서 답안으로 제출한 칠석을 노래한 시이다.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하서집(河西集). 김인후(金麟厚)가 1528년(중종 23) 성균관 시험에서 답안으로 제출한 칠석을 노래한 시이다.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여인들은 직녀성에 바느질 솜씨를 비는 결교(乞巧)의 풍속이 있었다. 이것은 중국에서 유래한 것으로 칠석 날 새벽에 부녀자들이 참외나 오이 등의 과일을 상에 올려놓고 절을 하며 바느질 솜씨가 늘기를 비는 것이다. 이 시기에 호박·오이·참외가 제철이었기 때문에 많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음력 7월 7일에 내리는 비는 하늘에서 내리는 눈물이라고 생각하여 좋은 약이 될 수 있다고 믿기도 하였다. 그래서 땀띠나 부스럼이 있던 사람들이 계곡이나 연못에서 목욕을 하는 풍습이 있었다. 이 날 바느질을 하면 아들을 낳는다는 전설에 따라 바느질 대회, 수놓기 등 다양한 민속놀이도 이루어졌다. 특히 음식은 밀로 만든 밀전병이나 밀국수 등을 먹었는데, 이 날 이후 찬 바람이 불면 밀가루 음식은 철 지난 음식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 국립중앙박물관,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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