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재생의 랜드마크, 문화비축기지 도심 속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
도시 재생의 랜드마크, 문화비축기지 도심 속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
  • 오영숙 기자
  • 승인 2019.10.02 2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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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 트인 공간을 좋아하는 필자는 상암동을 자주 찾는 편이다. 서울에서 여유롭게 바람을 쐴 수 있는 곳으로 상암동만큼 좋은 곳은 없는 것 같다. 상암동에 위치한 여러 공원들 중에서 필자는 ‘문화비축기지’를 특히 애정한다. 문화비축기지는 생소한 이름 탓에 ‘무엇을 하는 곳일까?’라는 호기심으로 발걸음하게 된 곳이다. 그러나 지금은 날 좋은 주말이면 꼭 찾을 정도로 필자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이 되었다. 매월마다 다채롭고 알찬 행사가 마련되어 있는 점도 필자가 이곳을 자주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문화비축기지 입구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문화비축기지 입구

 

석유에서 문화로

월드컵 공원 인근에 위치한 문화비축기지는 원래 1970년대 말부터 2000년까지 석유를 비축해 놓는 대형 탱크가 있던 곳으로, 지난 41년 동안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던 마포의 석유비축기지였다. 산업화 시대의 유산이자 폐산업 시설이었던 이곳이 시민을 위한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하였다.

 

서울시에서 ‘서울 미래유산’으로 지정하여 관리한다.
서울시에서 ‘서울 미래유산’으로 지정하여 관리한다.

 

1973년 석유 파동 이후 1976~1978년에 5개 탱크를 건설해 당시 서울 시민이 한 달 정도 소비할 수있는 양의 석유를 보관했던 마포 석유비축기지는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안전상의 이유로 폐쇄되었다. 그 후로 10년이 넘도록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하다가 2013년 시민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문화 공원으로 변화가 결정되었다. 마침내 이곳은 친환경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여 2017년 9월에 시민들에게 개방되었다.

 

탱크의 내·외장재를 재활용하여 만든 신축 건물 T6
탱크의 내·외장재를 재활용하여 만든 신축 건물 T6

 

6개의 탱크로 둘러싸여 있는 문화비축기지는기존 자원들을 모두 재활용하여 역사적인 의미는 보존하면서 지속 가능한 생태 환경을 갖추었다는 점에서 대형 도시 재생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요즘 국내에는 옛것은 허물고 재건축을 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웠는데, 문화비축기지가 옛것과의 공존과 재생이라는 좋은 본보기로 발전하고 있다.

문화비축기지는 입구에서 볼 때 넓기만 하고 크게 눈에 띄는 것이 없어서 황량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광장을 지나 계단을 오르면 이색적인 공간이 곳곳에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기존 탱크 내부의 형태를 그대로 활용하여 내·외부가 변형 없이 유지되어 있는 것이 매우 독특하다. 거대한 철제 외벽과 가늘고 긴 파이프 기둥들이 녹슬어가는 모습도 그대로 볼 수 있고, 속이 텅 빈 철제 탱크 안은 에코 현상이 잔존하여 소리가 메아리치는 경험도 할 수 있다. 평소 일반인들이 접할 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낯설지만 흥미롭기도 하다.

 

유류 저장 탱크의 원형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T3
유류 저장 탱크의 원형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T3

 

T3의 내부 모습
T3의 내부 모습

 

오일 탱크가 복합 문화 공간으로

공원을 둘러싸고 있는 거대한 6가지의 탱크는 커뮤니티 센터와 공연장, 전시관, 학술 토론 등 다채로운 공연과 행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 두었다. 특히 T4는 공간 내부에 영상, 음향 설비를 설치하여 미디어 전시, 공연 등 다양한 시각 예술 전시가 가능하도록 꾸며져 있었다. 이곳은 탱크의 내부 구조를 가장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이다. 별다른 구조 장치 없이 뻥 뚫린 내부 공간에 들어서면, 석유로 가득 차 있었던 탱크의 내부 모습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T4 복합 문화 공간
T4 복합 문화 공간

 

 

T4 빛의 터널
T4 빛의 터널

 

이러한 구조를 활용하여 달마다 다양한 체험이 진행되는데, 지난해 가을에 처음 방문했을 때는 깜깜한 탱크 안에서 커튼 터널을 지나는 체험이 마련되어 있었고, 작게 설치된 조명 아래에서 다양한 소품을 활용해 그림자놀이를 할 수도 있었다. 또 지난 5월에는 어둠 속에서 빛과 소리만을 가지고 놀이를 해 보는 체험이 마련되어 어린아이들이 무척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도심에서 즐기는 흥미진진 축제

5월은 가정의 달답게 전국에서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는데, 문화비축기지에서는 서커스 축제가 열려 아이들과 함께 다녀왔다. 이 축제는 사람들에게서 잊혔던 서커스를 다시 되살리자는 취지로 기획되었다고 한다. ‘서커스 캬바레’라는 제목에, 포스터에 등장하는 피에로나 행사장의 모습까지 모두 옛날 서커스의 모습을 재현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흥미로웠다. 이 공연을 통해서 전통적인 줄타기부터 ‘동춘 서커스’로 대표되는 공중 곡예와 저글링, 여러 장르를 접목한 공연까지 국내 서커스의 변천사를 접할 수 있었다. 문화비축기지는 옛것과의 공존을 상징하는 공간인 만큼 서커스 공연에도 그 의미가 그대로 담긴 것 같아 공간 선정이 탁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T3 원형 탱크 앞 서커스 공연-1
T3 원형 탱크 앞 서커스 공연

 

T3 원형 탱크 앞 서커스 공연
T3 원형 탱크 앞 서커스 공연

 

6월 1일과 2일에는 ‘2019 전통 연희 페스티벌’이 진행되었다. 6월 행사는 서커스 시즌제 때보다도 홍보가 더욱 적극적인 느낌이었고, 평소 보기 힘든 다양한 공연들을 많이 준비한 듯 보였다. 이렇듯 놓치기 아까운 공연들이 매월 진행되고 있으므로 문화비축기지나 서울시 홈페이지에 게재되는 공지를 챙겨 보면 다양한 행사를 접할 수 있다.

 

도심 속에서 즐기는 여유
도심 속에서 즐기는 여유

 

즐거운 쉼

문화비축기지는 행사를 보고 즐기는 재미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입과 눈이 즐거운 휴식이 가능해서 좋다. 어디에서 사진을 찍어도 화보 같은 널따란 공간, 탁 트인 하늘, 즐겁게 뛰노는 아이들과 젊은이들, 눈이 즐거운 플리 마켓, 입이 즐거운 푸드 트럭, 야시장 등이 있어 잔디에 앉아만 있어도 즐겁다.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아이들은 잔디 앞에 있는 모래 놀이터로 향한다. 아이들에게 모래 놀이터가 더 즐거운 이유는 예전에 이곳에서 사용했던 것으로 보이는 송유관이 놓여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신기한 이 물체를 보고 잠시 쭈뼛거리지만, 이내 곧 터널놀이를 즐기게된다. 기름을 운반하던 길을 아이들이 놀이 기구로 사용하고 있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플리 마켓이나 푸드 트럭이 좀 더 다양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지난해 가을에 왔을 때는 시민들에게 개방된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다녀왔을 때도 큰 차이가 없어서 안타까웠다. 시민들에게 점차적으로 알려지고 있는 공간이고 ‘밤도깨비야시장’ 홍보도 많이 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마켓이 존재한다면 더 알차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눈과 입이 즐거운 플리 마켓과 푸드 트럭
눈과 입이 즐거운 플리 마켓과 푸드 트럭

 

지구·우리를 위한 문화비축기지

지난 5월 25일 토요일, 문화비축기지 마당에서는 ‘모두의 시장’이 첫 개장을 했다. ‘모두의 시장’은 12월까지 격주로 2, 4번째 주 토요일마다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정기적으로 열릴 예정이며, 5월부터 지구의 지속 가능성과 순환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5월의 주제는 <지구-재사용>으로 ‘자원의 순환을 생각하는 시장’, ‘지역의 여러 사람들이 함께 만드는 시장’, ‘지구·동물·인간 모두를 위한 시장’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지속 가능한 생활 방식과 자원 순환을 공유하는 시장으로 운영되었다. 6월은 <일상-핸드메이드>를 주제로 운영되었고, 7월에는 <생활-손작업>을 주제로 운영된다. 각 주제에 맞는 여러 가지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 시민 참여 부스까지 접할 수 있다고 하니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고 싶다.

몇 년 전만 해도 중·고등학생들이 사회 교과서에서 지속 가능한 개발에 대해 이론으로만 배우곤 했는데, 성인뿐만 아니라 어린이·청소년들도 직접 와서 환경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어떨까 싶다. 우리가 맑은 환경을 접하러 찾아다니는 것도 좋지만 우리가 환경을 위해 노력해 보는 시간도 굉장히 의미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화비축기지의 상징성이 앞으로도 많은 시민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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