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머물다 가는 곳, 보안여관
문화가 머물다 가는 곳, 보안여관
  • 편집부
  • 승인 2019.05.23 16: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안여관 외관
보안여관 외관

 

통의동 2-1번지 통의동 보안여관은 붉은색 옛날 벽돌집에 허름한 간판이 전부인 외관을 가지고 있다. 이곳은 85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간직한 여관이다. 그러나 이름과 달리 지금은 숙박을 받지 않고 예술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로 탈바꿈하였다. 과거 여관으로 운영되다 지난 2004년 경영난으로 문을 닫고 수년간 방치되던 곳을 2007년 당시 복합문화예술공간을 기획 중이던 최성우 대표가 사들여 2010년부터 갤러리로 운영하고 있다. 보안여관은 많은 발자취를 담고 있다. 1936년 시인 서정주가 여기서 지내면서 김동리·김달진 등 동료 시인과 함께 문예동인지 <시인부락>을 창간한 곳이다. 또한 화가 이중섭과 시인 이상 같은 문인 · 화가들도 자주 이곳에서 예술혼을 불태웠다.

이상이 쓴 <오감도>에서 묘사한 그 ‘막다른 골목도’도 바로이 통의동의 골목이다. 윤동주 시인 역시 보안여관에서 자주 투숙했다고 한다.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에는 청와대와 옛 공보처 공무원들이 일이 늦게 끝나는 날 자주 머물기도 하였다. 이렇게 누군가는 예술을, 누군가는 쉼을, 누군가는 사랑을 하던 장소가 바로 보안여관이다.

 

 

보안여관

청와대 앞이자 경복궁 담벼락 맞은편인 서울의 중심에 위치한 보안여관은 옛날 그대로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保安’여관은 손님의 편안함을 지켜준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보안여관의 안으로 들어서면 허름하다 못해 휑한 느낌이 먼저 든다. 세월의 때가 탄 벽지, 다닥다닥 붙어있는 방과 복도, 특히 천장을 바라보면 서까래만 얹어진 모습이 아슬하기까지 하다. 나무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서면 갈라지고 벗겨진 벽지에 그림들이 걸려있다. 전시물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흰 벽에 그림을 걸어놓은 것만 보던 터라 이런 전시가 꽤 낯설다. 2층도 1층과 별반 다르지 않다. 방은 허물어져 있고 화장실의 욕실 타일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최대한 옛 모습을 그대로 살리려 한 모습이 인상 깊다. 창문 너머로는 경복궁의 담벼락과 푸른 나무들이 보인다.

2층에는 하나의 다리가 놓여있는데 바로 보안 1942 건물로 연결되는 다리이다. 보안 여관과 꼭 닮은 보안 1942 건물은 최성우 대표가 만든 공간이다. 두 건물은 구름다리로 연결되어있어 하나의 건물인 듯한 느낌을 준다.

 

보안여관 내부
보안여관 내부

 

 

 

 

 

 

 

 

 

 

 

 

 

 

 

 

 

 

 

 

 

 

 

보안여관 내부
보안여관 내부

 

 

 

 

 

 

 

 

 

 

 

 

보안 1942

보안 1942는 전시장·책방·카페·게스트하우스를 갖춘 복합문화예술공간이다. 이름에 담긴 1942라는 연도는 보안여관 천장 속에서 발견한 ‘상량식 소화 17년’이란 기록에서 따왔다. 이 명문을 통해 보안여관 건물이 서기 1942년에 일본식 목조 가옥으로 재건축되었음을 알 수 있다. 보안여관을 구경한 뒤 신축된 보안 1942로 넘어가면 시대를 훌쩍 이동한 기분이 든다. 겉모습은 비슷할지 몰라도 건물 안은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이다.

 

보안 1942 전경
보안 1942 전경

 

보안여관이 20세기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면 보안 1942는 21세기의 모습이다. 깔끔한 나무 바닥, 현대식 디자인들과 가구들이 먼저 눈에 띈다. 독특하게도 이곳은 둘러보는 순서를 제안한다. 가장 먼저 보안여관을 둘러본 뒤 2층의 다리를 건너 보안1942 건물로 건너온다. 그러면 2층에 있는 서점으로 들어오게 된다. 전시를 더 보고 싶다면 지하 1층의 전시실로, 잠깐의 휴식이 필요하다면 1층의 보안카페로 자리를 옮기면 된다.

보안 1942의 보안책방은 낮에는 평범한 책방이지만 밤이 되면 술을 파는 책방으로 변신한다. 술을 파는 책방이라는 점에서 다른 책방과는 다른 색다른 매력이 있다. 보안책방에서는 목요일마다 모여 차를 마시며 동시대 예술가 문화생산자들이 한담을 나누는 목차(木茶)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세상의 한구석에서 보석같이 반짝이는 음악을 만드는 아티스트들의 음악공연도 펼쳐진다. 마지막으로 보안여관에 오면 연두를 찾아보시길. 연두는 스코틀랜드 양몰이 견으로 현재 보안여관의 마스코트이자 보안여관을 지키는 보안견으로 활약 중이다.

 

 

전시

보안여관에는 매번 다른 전시가 진행되는데 지난 7월 14일부터 8월 7일까지는 박형지 개인전 <그린멘>(Green Men)을 개최했다. <그린멘>은 엽서 정도의 크기부터 높이 약 2m의 캔버스에 동일한 이미지를 반복하여 그린 14점의 회화 연작이다. 이 전시는 ‘회화가 사진과 인쇄 등 다양한 매체로 ‘이미지화’ 될 때 원본의 물성이 어떤 변형을 이루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작가는 회화의 물질성에 관해 또 다른 관점을 지닌 그래픽 디자이너 박연주, 큐레이터 이성휘를 화자로 초대해 미술의 역사에서 오랫동안 이어져온 이 질문에 새롭게 접근을 시도했다.

 

[사진] 통의동 보안여관 제공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