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걷고 싶은 곳, 효창
천천히 걷고 싶은 곳, 효창
  • 오영숙 기자
  • 승인 2019.10.08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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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창공원
효창공원

 

효창동에는 효창공원, 백범김구기념관, 효창운동장, 경의선 숲길이 있어 여유롭게 산책하기 좋다. 젊은이들이 좋아할 만한 핫플레이스는 없지만, 그만큼 상업적이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조용히 홀로 거닐고 싶을 때, 효창동만큼 가기 좋은 동네는 없는 것 같다. 효창동은 옛 주택가들로 이뤄진 듯한 그저 평범한 동네 같지만, 특유의 고요한 분위기를 갖고 있다. 항일 투쟁으로 목숨을 바친 윤봉길,이봉창, 백정기, 김구 등 고귀한 애국선열들이 잠들어 계신 곳이기 때문이다. 길을 거닐다 선열들의 묘를 보게 되면 숙연해지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역사적 배움과 깨달음을 절로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효창동이다.

하지만, 효창공원에 들어섰을 때 공원이 너무 방치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느낌이 들어 매우 아쉬웠다. 입구에서부터 안내가 부족했던 점, 낙후되어 있는 시설, 울창하지만 관리가 소홀해 보이는 나무들이 이곳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것 같았다. 필자도 백범김구기념관에 방문하면서 이곳을 알게 되었으니 관리와 편의시설 등의 개선을 통해 더 많은 시민들이 찾는 공원이 되길 바란다.

 

독립운동 100년 기념, ‘효창공원 프로젝트’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4월 10일, 서울시는 마침 ‘효창 독립 100년 공원 구상안’을 발표했다. 그동안 ‘효창공원 바로 세우기’에 대한 협의가 여의치 않았으나, 각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독립공원 구성이 결정되었다고 한다. 효창공원은 백범 김구 선생과 윤봉길·이봉창 의사 등 독립운동가들이 잠든 유서 깊은 곳이지만 홍보와 시설 등이 아쉬워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효창공원은 앞으로 시설 관리 및 보수를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할 예정이다. 독립운동가들의 삶과 그들의 정신이 더욱 기억되는 의미 있는 공간뿐만 아니라 시민의 일상 공간으로 만들 계획은 가지고 있다 하니 기대해 볼 만하다.

 

효창공원 전경
효창공원 전경

 

역사의 산실, 효창공원

효창공원은 원래 조선 정조의 장자 문효세자의 묘역인 ‘효창원’이었다. 이곳은 울창한 소나무숲이 아름다워 백성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때 일제가 이곳에 골프장과 유원지를 짓고, 묘역을 서삼릉으로 이전시키는 등의 만행을 저지르면서 공간의 규모도 축소되고, 결국 폐쇄적인 공원으로 변질되었다.

해방 이후 이를 안타깝게 여긴 백범 김구 선생이 6명의 독립운동가들의 유해를 모셔와 묘역을 조성했고, 김구 선생 자신도 1949년에 이곳에 안장되었다.

현재 효창공원에는 김구 선생을 비롯해 이봉창·윤봉길·백정기 등 삼의사 묘역과 임시정부 요인인 이동녕·차리석·조성환 선생도 함께 잠들어 있다. 또한, 안중근 의사의 유해가 국내로 봉환되면 안장하기 위한 가묘도 있다.

 

독립운동가들의 안식처 효창공원
독립운동가들의 안식처 효창공원

 

그러나, 이러한 역사 공간은 안타깝게도 1960년 이승만 정부가 아시안컵 축구대회 유치를 명분으로 효창운동장을 건설하면서 훼손되었고, 반공 투사 기념탑, 대한노인회관 등의 시설이 들어서면서부터 효창공원의 역사적 가치가 퇴색되었다.

효창공원은 1989년 사적 제330호로 지정되면서 다시 정비되기 시작했고, 2002년에는 백범김구기념관이 개관했다. 2005년에는 효창공원 독립공원화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그러나 효창운동장의 처리를 둘러싸고 논란이 생기면서 사업은 차질을 빚었고 당시 체육 단체 등과 합의점을 찾지 못해 독립공원화 사업은 2009년 4월에 접게 되었다. 이와 별도로 국회에서 효창공원을 국립묘지로 승격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모두 무산되기도 했다.

굴곡진 역사를 가진 효창공원은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까. 서울시는 그동안 갈등과 대립으로 번번히 무산됐던 ‘효창공원 바로 세우기’를 위해 독립유공자 유족·축구 관계자·지역 주민·일반 시민 등을 만나 이들의 의견을 수렴, 합의점을 도출해 냈다고 한다.

철거가 검토됐던 효창운동장은 보존하되 일부 시설을 조정해 독립운동가 묘역과 공원과의 연결을 강화하여 평소에는 시민과 아이들을 위한 휴식처로, 기념일에는 엄숙한 추모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일제가 훼손시킨 옛 효창원도 복원하고, 축소되었던 공간도 회복한다고 한다.

 

효창공원 내 안내 표지판
효창공원 내 안내 표지판

 

효창공원 북쪽에는 일제강점기, 민족의 마라톤 영웅이었던 손기정 선수와 그의 조력자 남승룡 선수를 기념하는 ‘손기정 체육공원’이 2020년 6월 준공될 예정이다. 남쪽으로는 내년 4월 이봉창 의사 생가터에 ‘이봉창 의사 기념관’을 개관할 계획이다. 다만 독립운동가 묘역을 가로막고 있는 효창운동장의 스탠드와 조명탑의 일부 시설은 없애기로 했다. 효창공원 재정비 사업은 서울시·국가보훈처·문화재청·용산구 4개 기관이 공동 추진하며, 2021년 착공 후 2024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봉창 의사의 동상
이봉창 의사의 동상

 

의미가 담긴 추모 공원

추모 공원이란 묘지에 녹지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시설을 조성하여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도 이용할 수 있게 만든 시설을 말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추모 공원을 혐오 시설로 인식하여 도심 속에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고, 있더라도 공원 조성 과정 효창공원 내 안내 표지판 이봉창 의사의 동상 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한다.

서울시는 효창공원을 한국판 ‘홀로코스트 추모 공원’으로 만들 계획을 갖고 ‘효창독립 100년 공원 구상안’을 발표하였다. 독일의 ‘홀로코스트 추모 공원’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홀로코스트에서 희생된 유대인들을 추모하기 위한 공원으로 독일 베를린 중심가에 있다. 비록 우리나라와 독일은 추모의 대상과 입장은 다르지만, 시민과 주민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국의 역사를 되새기고 추모하는 장소가 되도록 하겠다는 점은 같다.

2024년 변모하는 효창공원은 ‘3·1 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지나도 독립운동가들의 노력과 희생을 기억함과 동시에 많은 시민들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또 하나의 큰 명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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