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오늘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편집부
  • 승인 2019.10.08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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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핀 꽃이 내일까지 빛나지 않는 것은

한 꽃으로 두 해님 보기가 부끄러워서다

날마다 새 해님 향해 숙이는 해바라기를 말한다면

세상의 옳고 그름을 그 누가 따질 것인가.

                                       

                                          윤선도 <무궁화>

 

벚꽃, 유채꽃, 연꽃, 해바라기 축제가 열릴 만큼 꽃의 종류는 다양하다. 계절마다 기다려지는 꽃축제에서도 요즘 눈에 잘 보이지 않은 꽃이 있다. 바로 무궁화이다. 우리나라의 상징적인 꽃 무궁화, 무궁화가 활짝 핀 공원에 모습을 보이는 여름이 되자 문득 무궁화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그동안 잊혀져간 무궁화, 무궁화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고 지고 그 존재감을 조용히 보이며 오늘도 피고 있다.

무궁화의 학명은 히비스쿠스 시리아쿠스(Hibiscus syriacus)이다. 학명에 ‘syriacus’가 붙여진 것은 시리아 원산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원산지에 대한 이견은 분분하다. 시리아가 원산지라고 주장하기도 하고 인도·중국이 원산지라는 설도 유력하다.

한국이 원산지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설사 원산지가 아니더라도 오래 전부터 한국에서 널리 심었던 꽃이 바로 무궁화이다. 인도와 중국 서남부가 원산지이지만 한반도 전역에 폭넓게 분포하며, 민가를 중심으로 예로부터 다양한 목적으로 널리 재배되었다. 고대 우리나라에서 신성시 되던 식물로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신단 둘레에 많이 심어졌다고 한다.

 

 

무궁화는 한자어로는 목근화(木槿花)라 한다. 꽃말은 그 이름처럼 무궁은 다함이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꽃말과는 달리 옛부터 아침에 피어 저녁에 지는 꽃으로 여겨져 조근(朝槿)이라 부르면서 안타깝게도 단명을 상징하는 꽃이기도 하다.

한자로 근(槿), 꽃은 근화(槿花)이고, 무궁화는 無宮花로 쓰건 無窮花로 쓰건 원래 한자어 아닌 우리 말 ‘무우게’ 또는 ‘무ː강’의 취음인 한자어라 볼 수 있다. 일본어 명칭인 무쿠게는 여기서부터 비롯됐을지도 모른다.

한국인이 직접 남긴 기록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신라 때 최치원이 당에 보내는 문서에서 우리나라를 칭해 근화향(槿花鄕, 무궁화의 나라)이라고 불렀던 것이다. 이 기록만 봐도 한국인스스로 무궁화를 나라의 대표적인 꽃으로 생각한 역사가 최소 1,200년 전부터 시작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후 고려 시대에도 우리나라를 무궁화의 나라로 소개하는 기록이 있다.

 

 

꽃은 제법 큰 편이며 꽃잎은 흰색 내지는 분홍색을 띄며 5장이 잔처럼 벌어진다. 가운데 붉은 테가 있고 거기서 노란 수술이 솟아있는 것이 특징이다. 보편적으로 흰 꽃이 유명하지만, 본래 무궁화는 붉은 빛이 도는 꽃이고 오늘날의 흰 무궁화는 한반도에서 개량된 것이라 한다.

무궁화의 종류는 200종 이상이 있는데 배달계, 백단심계, 적단심계, 청단심계, 자단심계, 아사달계 총 6가지 종류의 무궁화가 있으며 이는 색에 따라 구분한다. 우리나라에서의 주요 품종은 꽃잎의 형태에 따라 홑꽃, 반겹꽃, 겹꽃의 3종류로 구분하고, 꽃잎 색깔에 따라 배달계, 단심계, 아사달계의 3종류로 구분한다.

 

 

꽃의 중심부에 붉은색이 없는 순백색의 흰꽃은 배달계, 붉은색 부분이 있고 꽃잎에 무늬가 있는 종류는 아사달계라고 한다. 단심계는 꽃의 중심부에 붉은 무늬가 있는 것으로 백단심계, 홍단심계, 청단심계로 구분된다.

또한, 무궁화는 식용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꽃과 잎이 차나 약으로 사용한다. 흰무궁화는 설사와 구토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진딧물 같은 벌레가 많이 모인다는 것도 그만큼 꽃에 영양분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양에서는 허브차의 일종인 무궁화를 많이 애용한다. 국내 시판되는 허브차 중 블렌딩된 차 중에서 붉게 우러나는 차의 경우 구성 성분을 보면 거의 히비스커스라 할 수 있다.

 

 

개화 시기는 여름으로 7월에 피어서 10월까지도 꽃이 핀다. 부용, 접시꽃 등 Hibiscus 식물들의 꽃 형태가 비슷해서 혼동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추위를 어느 정도 견디는 식물이지만 기온이 영하 20도 미만으로 떨어지는 북부지방에서는 잘 자라지 못한다고 한다. 특히, 어린묘목은 추위에 약하기 때문에 실내 재배가 필요한 꽃이다. 무궁화는 무엇보다 관리를 소홀히 하면 벌레가 생기기 쉽기 때문에 무엇보다 꼼꼼한 관리가 필요하다.

과거에는 해충 구제용으로 논밭 옆에 무궁화를 많이 심었다. 벌레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많이 심게 된 것이다. 겨울에는 벌레들이 무궁화나무 속에서 동면하다가, 봄이 되면 해충을 잡아먹기도 했다. 무궁화는 자연방제 역할을 한 꽃이다.

농사를 짓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수질 정화를 위한 버드나무와 함께 무궁화를 볼 수 있었다. 농경이 중심이 되었던 때에는 무궁화는 쉽게 찾아볼 수 있던 꽃으로 애국가의 가사처럼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은 이유도 아마 그런 이유였을 것이다.

무궁화는 색이 은은하고 꽃이 오래가서 ‘민족의 기상을 닮았다.’라고 일컬어진다. 예부터 백성과 가까이 있던 꽃이었다. 무궁화가 국화로 지정된 데에도 이러한 배경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보통 국화를 지정할 때 지배 세력의 상징으로 채택되는 경우가 많은데 서민적이고 대중적인 꽃인 무궁화가 국화로 지정된 것은 이례적이 경우이기 때문에 외국에서도 의아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일제강점기에 들어서면서 무궁화는 민족과 나라의 상징으로 독립투쟁의 상징이 된다.

1896년 독립문 주춧돌을 놓는 의식 때 애국가 후렴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는 구절을 넣으면서 민족을 상징하는 꽃이 되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무궁화가 나라의 꽃이 되었다. 꽃잎이 떨어져 있으면서도 꽃잎의 근원은 하나인 꽃이기 때문에 우리 민족의 단결과 협동심을 상징하는 꽃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무궁화는 꽃봉오리가 한 번에 만개하지 않고 순차적으로 피고 지기를 반복하여 보기에 꽃이 한결같고 항상 피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름 100여 일 동안 한그루에서 3천송이 이상의 꽃이 피는데 피고 지고 또 피는 부단한 꽃의 모습에서 인내, 끈기와 생명력 있는 모습을 상징하기도 한다.

또한 정절, 절개의 상징으로 보기도 하였다. 무궁화에 대한 전설도 일편단심과 절개를 강조하는 전설이었다. 현대에는 무궁화를 개개의 인간, 꽃이 계속 피고 지는 나무 자체를 인류의 역사로 보는 견해도 있다.

사실 무궁화는 우리나라의 실제적인 국화가 아니다. 상징적인 의미의 국화로 이해하고 있다. 물론 무궁화가 아닌 다른 꽃을 국화로 삼자는 의견도 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거의 70년 가까이 대한민국 정부 로고로 활용했지만 2016년 3월 29일부로 태극 문양을 바탕으로 한 정부상징 통폐합이 실시되며 역사 속으로 묻히게 되었다. 무궁화호는 원래 특급 열차였지만 새마을호와 KTX 등장에 의해 본의 아니게 원래 한 단계 아래였던 통일호 급으로 그 위상이 내려오게 되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숨바꼭질을 응용한 놀이가 있다. 술래가 벽을 보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치다가 구호가 끝남과 동시에 뒤를 돌아보고 움직이는 사람이 있으면 술래가 되는 놀이이지만 이런 놀이 문화도 어느샌가 잊혀가는 것 같다.

이렇게 점점 그 자리를 잃어가는 무궁화, 나라의 꽃이 점점 잊혀지고 있다. 축제나 행사를 통해 무궁화를 제대로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체감상으로는 여전히 부족하게 느껴진다. 대한민국의 상징하는 꽃이라 여겼지만 무궁화는 법률로 지정한 국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무궁화를 법률적 국화로 지정하자는 국민 서명 운동과 함께 무궁화에 대한 보존과 관리를 위한 법령도 만들어지기도했다. 실내용 무궁화를 개발하기도 하고 묘목을 보급하는 활동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무궁화 그리기 대회’ 개최에 이어 오는 9월 15일까지 ‘2019 무궁화 문학상’을 공모하는 등 민족의 상징인 무궁화의 위상을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잊혀져간 아름다운 무궁화 꽃은 어딘가에서 피고 지고 그 존재감을 조용히 드러내고 있다. 무궁화가 다시 한 번 사랑받는 우리나라의 꽃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국화로 다시 자리매김 하기를, 앞으로 우리 민족의 얼이 담겨져 있는 무궁화가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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